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루 Oct 29. 2024

가을愛

한 편의 시

가을愛

 / 모루

 

가을을 입으면

내 마음은 붉어지고

가을을 노래하면

내 영혼은 노랗게 물든다

 

눈 테가 하얀 동박새 두 마리가

쪼르륵 가을을 가지고 달아가면

난 백지장처럼 하얀 얼굴로

무서운 겨울을 맞이할 거다

 

벌어진 밤송이처럼

난 벌거숭이가 되어 벌벌 떨고

떨궈진 밤알처럼

난 외로워질 거다

 

손가락 벌린 억새 꽃처럼 피어나

매서운 북풍을 맞이할 거다

겨울은 입을 옷이 없어 슬픈 계절

차라리 가을의 옷을 입자

 

오감이 예민해지며 차분한 시절에

감각을 무디게 만들며

베짱이처럼 이 계절을 노래하자

고독은 쓰레기통에나 구겨버리고​

 ​

작가의 이전글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는 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