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겨울밤에
- 김태정 시인을 추모하며
빗소리의 울림이
야심한 방의 마음을 촉촉하게 어루만진다
만개한 겹동백의 상긋함이 그윽하여
풋풋한 꽃내음이 코끝을 찌르는
심심한 밤에
애기 동백꽃그늘에서 오줌 누던 시인은
푸르디푸른 곳에서 한 시절을 잘 지내고 있을까
삶이 퍽퍽할수록 생각나는 사람
빗소리는 이명처럼 여운을 남기며
잠 못 드는 밤을 일정하게 다듬질한다
사람은 가도 문장은 남아 애달픈 밤
그녀의 생명력으로 뿌리내린 내 심장 어딘가에
시의 여백이 원고 되어 움트며 자란다
푸른 시절을 소망하던 그녀의 바람과
내 불면의 뒤안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