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고사리 장마
김 모루
무꽃이 유채인 듯
돌담 가득 흐드러지게 피워
유난스럽게 비 많던 겨울의 끝
봄기운이 한걸음에
내 눈 속에 들어오더이다
색 노란 것이
아름다워
무꽃 아니냐 물으니
섬사람도 혼란스러워
유채이지요 한다
유심히 보고 있으니
밭에 내버린 무꽃이 맞다고 한다
그 말에
무꽃이든 유채이든
섬을 수놓은 그리움의 향기가
선명한 봄의 눈이 비에 젖으니
눈물이 나더이다
온통 회색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드디어 새봄을 알리는
소식인지라
한두 달 이른 장마지만
가슴이 두근대어
행복해지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