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소소한 바람이 소소소
김 모루
바람이 소소소 분다
두 팔을 펴니
마치 날아오를 것 같다
하늘의 바탕에는
바람에 찢긴 구름의 긴 꼬리 하나
이레 전에는 가장 가벼운 산등성이
무너졌다
어제는 별똥별이 떨어졌고
오늘 침엽수에 쌓인 눈이
맥없이 주르르 녹는다
사선으로 내리치는 빛은
숲을 다시 감옥 창살로 만든다
휜 도로를 굽이굽이 돌아
눈 쌓인 무성한 가지 숲터널 뚫고
깊은 시름의 산을 넘으니
윤슬 아련한 바다가 빛난다
찬바람도 누그러진 오후
무심한 해변에 서니
검은 모래가 스르르 구른다
스스로를 무겁게 여기던
나의 생도 파도처럼 가볍게
찰싹대며 요동친다
소소함 속에 다시 윤기를 빛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