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꼭지
#오름 #김충석시인 #지미오름 #제주도
오름의 식생처럼
오름에 올랐다. 볕이 강해지기 전 오월은 오름을 오르기에 적당한 시기다. 정상에 오르면 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동남쪽으로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지미봉은 21 올레코스로 꽤 매력적인 곳이다.
주차장에서 피라미드 같은 300미터의 오르막길(단코스)을 두고 둘레길을 돌아 산 뒤로 오르는 완만한 코스는 누구나 손쉽게 오르기에 적당하여 한적하게 산책하며 오른다. 뱀이 많이 출몰한다는 표지판의 경고처럼 죽은 살모사의 사체가 보이고 아카시아 나무가 우거진 숲길을 걸으니 꽃향기에 기분이 상쾌해진다.
섬사람들은 산을 오름이라 부르는데 오름은 기본적으로 마그마가 솟구쳐 형성된 기생화산을 의미한다. 분화구를 가진 화산분출의 특징이 그것인데, 지미봉도 함지박 형태의 분화구를 가지고 있었다.
지미((地尾)라는 이름은 땅의 꼬리라는 뜻으로 서쪽 한경면 두모리가 섬의 머리라면 이곳은 동쪽 땅의 끝(종달리)을 내포하는 말이다.
지미오름도 초지의 바탕에 소나무를 비롯한 일부 삼나무가 조림되었고 후박나무, 사철나무, 우묵사스레피나무 등 섬에 자생하는 나무가 한데 모여 숲이 만들어졌다.
지미봉 뒤쪽으로는 제2공항 예정 부지가 보인다. 늘 드는 생각이지만 개발론자의 논리에 환경론자의 입김은 바위에 던져진 달걀 같아서 곶자왈을 뒤덮는 환경파괴가 훤희 내다보이는 섬의 미래를 안타까워하며 지미봉을 내려온다.
가장 단거리 코스인 만큼 가파른 내리막길은 지금 관광객이 끊긴 섬의 현실처럼 힘겹기만 하다. 외적인 면을 보고 입도한 주변인들이 내적인 허상을 보고 떠나가는, 마치 금해령을 선포했던 조선시대 섬의 현실처럼, 지금은 선주민이 다가온 문제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해결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원주민도 지역주민이 된 도래인들도 오름의 혼합된 식생처럼 제주도라는 섬을 아름답게 보전해야 할 마지막 때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