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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심붓꽃

한 편의 시

by 모루

#신작시 #꽃잠 #등심붓꽃 #오월


등심붓꽃


김 모루


봄잠을 팔아서

꿈을 사고

오직 단 하나의 사랑을

기대하며


꽃대를 세우고

이른 새벽녘

한기를 참으며

밤을 친구로 삼았지요


낮은

날카로운 바늘처럼

연한 피부를 뚫고 침투하여

웅크려 잠자는 내 얼굴을

깨우려 했지만


낮의 장막 뒤에서

빛을 동경하며

집착한 꽃잠을

버릴 수는 없었지요


곤잠을 팔아서

꿈을 사는 나에게

이루지 못할 꿈이라며

비웃던 새들도

이슬처럼 사라진 어느 날,


새벽에 스러져간

초승달의 꿈으로

밤을 노래하는

별의 보랏빛 사랑으로


내가 꿈꾸었던

오월의 세상에서

나는

봄으로 피어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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