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한 꼭지
오지 않는 혹은 오지 않을 그것.
그것은 아직 오지 않는다. 긴장된 기다림에 색이 바랜 누런색의 살수차(도로는 도시의 얼굴이라는 글자가 새겨진)가 도로의 먼지를 쓸어내며 지나간다. 앞범퍼 밑으로 세찬 다섯 개의 물줄기가 시원하게 도로의 아침을 깨우며 도시의 얼굴을 세면 한다.
바람이 분다. 산등성이에서 내려오는 싱그러운 오월의 내음이 온몸을 통과한다. 향긋한 귤꽃냄새가 기분의 상쾌함을 더한다. 반복된 습관의 지루함과 쾌쾌 묵은 생각의 진부함이 떨궈지는 것만 같다.
주위를 둘러싼 구실잣밤나무의 비릿함도 일순간 사라진다. 산들바람의 세기에 맞춰 간헐적으로 까치가 노래한다. 4분의 3박 자이거나 4분의 4박자로 허공에 파동을 울려댄다. 바람에 색을 불어넣는 새소리와 꽃냄새의 조합이 침체되었던 마음을 상승시킨다.
‘바람을 맞는다는 것이 왜 부정적인 관용표현이 됐을까?’ 생각하면서
그것을 기다린다. 약간의 긴장감을 주는 싱숭생숭한 느낌이 나는, 미묘한 떨림의 그리움 같은 달콤한 꽃향기의 그것은 아직 오지 않는다.
어제일 수도 그제나 한 달 전일수도 아니면 내일이거나 모레일 수도 있는 그것은 막연한 나의 기다림을 피한다. 수줍게 고개 숙이거나 멀리서 바라만 볼 뿐 아직 다가오지 않는다. 풀밭의 토끼풀처럼 앙증맞고 키 큰 서양민들레처럼 탐스런 그것은.
오월의 내 기다림은 한적한 산록도로 주변을 계속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