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물의 길
/ 김 모루
바람이 시(詩)를 눕히면
비스듬히 기지개 켜는 시어들
바다를 연모하는 쑥부쟁이처럼
이른 봄기운 해변에는
시들이 만원(滿員)이다
성난 바람에
가로막힌 시상(詩想)은
늦게 막 내린 블록버스터 영화처럼
내 발걸음만큼의 시감만을
불태우다 소멸되고
바람이 걸어온 자취
물마루 어디서 인가
떨림의 규합(糾合)이 넓혀 온 길
한 줄로 내리꽂은 길에
시가 있으리라
바람을 동아줄 잡듯
당기며 물의 길에 오른다
그 길은 사막처럼
방향을 알 수 없어
슬프지만,
영감을 기대하며
파도를 헤쳐 나간다
빛 내림에 피어난 윤슬
물꽃 피어오르는 곳에
시어가 피어나리라
오직 물의 길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생의 방향키를 놓지 않으면
불멸의 시로 거듭날 거다
황혼의 미소와 함께.
시작 배경 >
시는 고통입니다. 고통 속에서 태어납니다. 환희의 고통일 수도 참혹한 고통일 수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시어를 발견하는 일은 힘듭니다. 평범한 생활은 생각을 나른하게 하고 감각을 둔감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시인들은 감정선이 높습니다. 고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애써 그 고독의 끝에 서 보고 끝까지 걸어간 자만이 시를 탄생시킵니다.
참된 시를 쓴다는 것은 참 어렵습니다. 모두가 좋아하는 시는 더더욱 힘든 작업입니다. 하루에 한 편의 시를 쓴다는 것은 일상의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는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는 좋은 방법입니다. 유명한 대표적인 시인들은 수 천편의 시를 썼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삶의 흔적이며 역사의 기록인 것입니다.
여러분이 한 편의 시에 도전한다면 여러분은 쓰는 시점에서의 시간과 공간과 감정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습니다. 여행하는 목적처럼 풍부한 삶의 풍미를 맛보게 됩니다. 깊이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 그것은 좋은 시인이 될 수 있는 감수성의 바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