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클라라와 태양 / 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가 바라보는 인간 세상은 낯설다. 클라라는 매일매일 매장 내 쇼윈도에서 바라보는 맞은편 PRO 빌딩 밑 거리의 일상을 통해 인간의 삶을 습득한다. 커피잔 아주머니와 레인코트 남자의 포옹을 보며 특별한 순간의 행복과 아픔을, 거리에 공해를 내뿜는 쿠탕스머신이 태양의 자양분을 가로막는 사실을 알고 적대시 여긴다거나, 태양의 자양분이 거지 아저씨와 개의 죽음을 다시 살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 해의 자양분은 아티피셜 프렌드(Artificial friend, AF)로 제작된 로봇의 에너지원으로 소설에서는 근원적인 힘으로 작용한다.
클라라는 B2 모델로 4세대에 속하며(최신 모델은 B3) 주위를 관찰하고 배우려는 욕구와 인식된 것을 흡수하여 합치는 능력이 탁월한 지금까지의 최고의 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 에이에프다. 조시의 가족이 되는 클라라는 첫 테스트에서 조시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며 능력을 알아본 크리시에 의해 선택된다.
1 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라보는 클라라의 세상은 에이에프의 내면의 변화와 갈등을 놀랍도록 세세하게 묘사한다. 어쩌면 제한된 정보로 인한 어리숙함과 인간의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미묘한 안타까움이 1부와 2부를 통해 드러나지만 3부 이후부터는 에이에프의 독특한 능력과 향상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다. 반면 클라라로 제한된 시선은 전체적인 사건을 파악하는 데 다소 부족함이 있고 클라라 외에 다른 인물의 감정과 행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데 어려움을 준다.(작가의 의도)
에이에프 클라라의 비극적 종말은 로봇의 당연한 결과라고도 말할 수 있겠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로봇은 도구처럼 사용되고 쓸모 없어지면 버려지는(카프카의 변신) 여타 다른 물건과 다를 바 없다는 의견과 인간의 감정을 가진 가족의 일원을 내버리는 비인간적인 면은 작가가 독자에게 던지는 중요한 질문으로 누가 진정 인간이며 로봇인지 아이러니하다.(도스토예프스키- 인간이란 무엇인가)
실제로 자신의 사용기한과 능력을 줄이면서까지 조시를 살리려고 했던 클라라는 오히려 릭에게 더 필요한 존재가 아니었던가!
에이아이 입장에서 파악되는 인간의 계급 사회와 향상모임에 속하는 자들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구조는 릭의 가족과 대비된다. 향상된 그룹 속에서 에이아이란 대체 가능한 장난감 취급받는 인형 외에 더 큰 의미가 없다. 조시를 이어나갈 수 있는 클라라의 구원은 주어지지 않는다. 아니 원래부터 인간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반면 릭에게 클라라가 주어졌다면, 릭네 가족은 클라라를 어떻게 대했을지 또 클라라는 릭과 헬렌에게 어떤 도움을 주었을지 생각해 볼 만하다.
자아를 가진 주체자로서 클라라는 왜 독립적으로 살지 못했을까? 야적장에 버려지면서까지 다른 에이에프를 만나 새로운 세력을 구축하는 사회성을 드러내지 못했는지 아쉽다. 혹 그런 부류가 모여 로봇사회를 건설하면 안 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남는다.
<생각해 보기>
모건 폭포에 가기 전과 후의 조시는 왜 달라졌나?(p175)
조시는 왜 스케이트보드도 타고 호수에서 수영하고 싶으면서도 향상 그룹에 속하기로 했나?(p 203)
클라라는 왜 조시를 이어가겠다고 했나?(p328)
클라라는 왜 조시를 살리려 했나?(p411)
클라라는 왜 버려졌는지(p457)
<핵심적 질문>
인간이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