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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즈음에

한 편의 사

by 모루


새벽 즈음에


김 모루


새벽에 잠을 깨니

눈은 반쯤 잠겨 있는데

위는 주방조리대로

이미 어색한 두 발길을 이끈다


손은 누룽지를 끓이며 콩장을 꺼내고

유부를 데치는데 뇌는

시간을 짐작하여 눈에게 약을 찾으라

신호를 보낸다


육체의 각 기관들은

자기 욕망에 충실하여

제각기 바쁘고

미각을 느끼는 분주한 입의

되새김질에도

사유를 끊이지 않는 뇌는

멍하니 공상에만 빠져있다


육체를 벗어나지 못한

희노고락 속 세상에서

서서히 장막을 벗겨내며

오늘은 어떻게 살 것인지

묻고 또 묻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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