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사
새벽 즈음에
김 모루
새벽에 잠을 깨니
눈은 반쯤 잠겨 있는데
위는 주방조리대로
이미 어색한 두 발길을 이끈다
손은 누룽지를 끓이며 콩장을 꺼내고
유부를 데치는데 뇌는
시간을 짐작하여 눈에게 약을 찾으라
신호를 보낸다
육체의 각 기관들은
자기 욕망에 충실하여
제각기 바쁘고
미각을 느끼는 분주한 입의
되새김질에도
사유를 끊이지 않는 뇌는
멍하니 공상에만 빠져있다
육체를 벗어나지 못한
희노고락 속 세상에서
서서히 장막을 벗겨내며
오늘은 어떻게 살 것인지
묻고 또 묻는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