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시
파도 안쪽의 시간
김 모루
인간은 외로워서
모로 걸어서 바다로 간다
거울의 파도에 귀 기울이며
내면을 비춰보고
한 줄기 바람을 기다린다
큰 소리로 아우성치며
공명 속에 기억을 흔들어 깨우며
저 먼, 아득한 시간을 만난다
사람은 외로워서
게처럼 무너지는 모래성을 짓는다
버림받음이 낯선
지구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는
고독한 존재로
존재의 의문으로 살아간다
게등딱지 같은 상처를
온전히 어루만지며
다시 바다로,
바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