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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부럽지 않아

한 편의 시

by 모루

남 부럽지 않아


적기의 예초에도

쑥쑥 자란 민들레에

전봇대 우듬지

이름 모를 새소리에

장마가 시작돼도

남 부럽지 않아


초목에 습윤 입히는

장맛철 폭우에도

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

바다를 볼 수 있으니

때때로 바람도 불어주니

남 부럽지 않아


따가운 햇볕에 도로가

이글이글 불타올라도

기품 있는 솔개 두 마리

내 머리 위에서 선회하니

남 부럽지 않아


정말이지 부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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