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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끄러운 고독

에세이 한 꼭지

by 모루

여름이다. 초목의 짙푸름이 무성한 시절이다. 새벽 어스름부터 시끄럽게 울어대는 직박구리 소리에 잠을 깬다.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하늘이 가깝게 느껴진다. 해무가 해변에 밀려들고 해안 곳곳을 덮친다. 이런 습윤한 날에는 집의 모든 창문을 닫고 시원한 에어컨에 몸을 맡기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읽는다. 체코의 국민 작가인 보후밀 흐라발의 실존의 기록물인 한탸의 이야기는 왠지 무겁다. 문체는 간결하면서도 시적이어서 은유와 상징이 섞인 텍스트들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한탸의 환영 속에서 꿈을 꾸는 것만 같다.

35년간 지켜온 너무 시끄러운 고독을 사유하지 못하는 폐지 압축공의 실직은 책과 같은 쓰레기 더미에서 폐지처럼 압축되어 버린다는 의미다.

고독은 부조리한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조건이라고 카뮈는 말한다. 타자와의 단절 속에서 '자아'를 찾는 성찰이 고독이라면 한탸의 고독은 너무 치열하다.

내면의 진실을 품고 있는 그가 의도적으로 외부와 단절되어 침묵으로 일관하지만, 정신적으로는 문명의 보석을 지켜내야 하는 사명에 매우 혼란스럽다.

수 천년에 생성된 문명이 사회주의 체제에 의해 쉽게 삭제될 수 있다는 충격에 한탸는 절망한다. (35년을 어찌 술로 달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문명의 파괴가 진행된다. 어쩌면 사람의 무지함이 선택한 결과이다. 총명한 별을 지닌 사람들이 사라져 버린 현실에서 종국에 우리는 하늘에 무엇을 간구할 수 있을까!

전쟁과 혐오와 차별은 여전하며 오히려 더 강해지고 악랄해져 간다. 교양이 사라진 시대에 하늘의 구원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책을 파괴한 압축기처럼 내 손에 쥐어진 휴대폰이 나를 파괴하는 현실에서는 더욱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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