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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에세이 한 꼭지

by 모루

‘번아웃에 빠진 박수무당 앞집에 신애기무당이 왔다’ 이 얼마나 재미있고 참신한 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인가!

사실 혼모노를 두 번 읽으니 이해가 갔다. 젊은 작가가 세상을 보는 통찰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처음 읽었을 때는 전통의 소재를 다뤄서 신선했다. 사건의 전개 역시 안단테에서 아첼레란도로 이야기의 흐름이 극적이며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한번 읽고 덮어둔 책을 보고 대학교에 다니는 딸이 넌지시 물어본다. ‘혼모노’ 쓴 작가 대단하지 않아? 아빠는 어떻게 읽었냐고. 얘는 벌써 크게 될 작가를 알아봤다. 당시에는 젊은 작가단편소설에 한편 정도 실린 작품이었으니까.

작가는 어린 나이에 산전수전 다 겪은 모양새다. 중학교 때부터 글을 썼다니 작품이 증명하고 읽어 보니 믿긴다. 다시 2017년 신춘문예 등단작인 ‘오즈’를 찾아 읽어 본다. 역시나 내공이 대단한 작가다. 이젠 사라져 버릴 할머니 세대와 자기 세대를 ‘오즈’로 연결시켰다. 두 세대의 말 못 할 아픔과 고민을 보여주며 독자에게 물어본다.

‘당신이라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혼모노 역시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혼동시킨다. 박수무당이 가짜면 신애기는 진짜냐고! 누가 진짜고 누가 가짜일까? 현 시국을 꼬집듯 정치인이 등장하면서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될 자신의 선거에 점과 굿이 가미되면서 해학을 준다. 소설이 진짜 같고 우리의 현실이 가짜 같은.

앞으로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를 기대해 본다. 오늘은 길티클럽을 읽고 내일은 호랑이 만지기를 읽어볼까?

오랜만에 좋은 이야기꾼을 만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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