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
망고와 커피나무
김 모루
카네이션 꽃이 생기를 잃어 갈 때쯤
멀쑥하게 자란 토마토에 눈이 가듯
여느 멋없는 콘크리트 건물에도
망고와 바나나는 싱그러움을 준다
타임과 보스턴 고사리처럼 내리자라는 것들은
부모의 내리사랑처럼 향기를 내며
늘어지다 못해 화단 모퉁이에 팔을 기대고
삽십 오도가 웃도는 아찔한 세상에 틈을 만든다
하천의 숨결이 여름 나기를 살맛 나게 하듯
희붐한 새벽녘 유별한 샛별이 날 선 이성처럼 차갑다
어제의 삶에 웅크렸던 자세를 고치며 나는
망고와 커피나무를 생각한다
빛을 머금은 둥글고 넓은 잎 위에 얹힌 생명력이
혹 계절의 날에 베이지 않기를 바라면서
낮게 드리워진 내 침묵의 시간이
연한 잎처럼 생기가 다시 돋기를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