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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Jul 18. 2023

제주 한 바퀴

1인 1 메뉴?

 새로운 맛집들이 등장하면 나는 한 번쯤은 그 맛집을 찾아 나선다. 아마 독특한 음식의 맛을 느끼고 싶어서인지도 모른다. 나는 맛의 기대치에 설레며 방문을 하고는 스스로 평점을 내린다. 10점 만점에 몇 점 이런 식으로. 한두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면 금방 소문나는 것이 또 맛집의 특성이다. 맛이 평점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서비스도 큰 몫을 차지한다. 주차공간이라든지 화장실, 응대의 친절함과 공간의 깨끗함까지. 거기에 맛까지 훌륭하면 맛집은 대박이 난다.



 한 번은 아내가 맛집이라며 함덕에 있는 H중국집의 짬뽕을 먹자고 하여 찾아 나선 적이 있었다. 물론 인터넷으로 확인하지 않은 우리의 불찰도 있었지만 도착한 입구엔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게를 잠시 쉰다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주변의 다른 음식을 찾아 먹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집에서 꼭 한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그 메모는 2주가 훌쩍 넘어 3주째 문에 붙어 있었고, 나는 집안에 무슨 일이 생겼거니 생각하며 한동안 잊고 지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그 집이 재오픈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이때다 싶어 바로 찾아갔다. 사실 이러한 일은 제주도에서는 빈번히 일어난다. 개인적인 이유로 가게문을 닫거나 자리를 비우는 일. 대도시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지만 지역의 특성상 소소한 잔치와 제사가 많은 이유에 아직도 손님보다는 가게 주인 입장에서 운영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1시인데도 이미 테이블은 거의 빈 곳이 없어 보였다. 역시 맛집이 맞는구나 생각하며 마침 한 자리가 비워서 자리에 앉았다. 다른 사람들이 먹고 있는 음식을 둘러보니 대부분 잡탕밥을 먹고 있었지만, 나는 자장면, 짬뽕, 탕수육을 주문했다. 중국집의 기본이라 생각하며. 음식이 나오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는데 주방장이 혼자였다.

 주방장과 서빙하시는 분은 부부처럼 보였고, 주방의 분주한 손길과는 다르게 서빙을 담당하시는 분은 말수가 적었고 조금 지쳐 보였다. 음식은 예상대로 맛이 있었다. 내용물이 정갈하게 잘리어져 정갈했고 맛이 뛰어났다. 잠뽕의 국물은 우렁이가 진하게 우러 져서 매우면서도 진하니 훌륭했다. 주차장이 갖춰있지 않아 불편했지만 이런 맛이면 계속 올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그리고 그 후에 세 번을 더 갔고 잡탕밥과 군만두, 유산슬밥 등을 맛보았다. 하지만 마지막 딸과 갔을 때 문제가 터졌다.


 아내와 딸과 같이 방문한 시간은 2시쯤 되어 자리는 한산했고, 음식점에는 우리만 있었다. 딸은 점심을 먹지 못해 자장면 아내는 식사는 했지만 짬뽕, 나도 식사는 했지만 탕수육 몇 점 먹으려 탕수육을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은 1인 1 메뉴만 된다며 나도 따로 주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1인 1 메뉴! 1인 1식은 안되는구나 싶었다. 그러면 배부른 나는 나가서 기다리는 방법뿐인데, 딸은 이런 분란을 눈치채고 그냥 나가자고 했다. 사실 나는 멘붕이 왔다. 왜 안 되는 거지?  내 생각이 잘못된 걸까?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1인 1 메뉴를 꼭 해야지 가게가 손해를 안보나? 그러면 이상한데 기본 메뉴인 짜장. 짬뽕에 사이드 메뉴인 탕수육을 합치면 3만 3천 원인데, 내가 탕수육을 시키지 않고 기본 메뉴인 자장면을 하나 시키는 것보다 1만 원을 더 내는 건데. 계산 방식이 왜 이러지? 이윤 추구가 아닌가? 등등의 잡다한 생각으로. 1인 1 메뉴는 언제 누가 만든 것이지? 도무지 나로서는 이해가 안 되었고 어색하게 인사하며 그 집을 나왔다.


 다른 집을 찾아 나선 우리는 혹시나 싶어 들어가면서 우리 딸이 점심을 안 먹어서 혼자만 시키려고 하는데 괜찮냐며 음식점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음식점 주인은 안 될게 뭐가 있냐며 우리의 입장을 허락해 주었다. 이게 정상이 아닌가!

 나는 그 사건 이후로 지금은 H중국집에 가지 않는다. 너무 실망해서다. 인간적이지 않아서다. 매뉴얼에 매몰되면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음식에 존칭을 써주고 자본에 고개를 숙이게 된다. 음식은 사람이 먹는 거지 시스템이 먹는 게 아닌데도 이를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스스로 만든 규정에 얽매여 그 규정의 잘잘못을 판단하지 못한다.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곳에 어떤 맛을 느끼기 위해 자기 돈을 지불하려고 들까.

 얄궂은 응대에 매몰되지 않은 인간미 나는 음식점에서 시원한 잠뽕 한 그릇을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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