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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루 Aug 03. 2023

달빛 기행

달빛 따라 걷기

달빛 기행     


 달빛에 잠 못 이루는 밤이다. 음력으로는 7월 15일 보름인 까닭에. 밤하늘 보름달은 온 사람들의 시선을 모두 흡수하며 압도적으로 빛이 난다. 어렴풋이 보이는 땅의 흔적들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 보인다. 한여름의 정점에서 보름달에 묵언의 수행자들 몇몇이 달빛을 감상하며 걷고 있다.   


  

김녕 해수욕장

 김녕 성세기 해변. 어둠이 짙어 달빛을 감상하기에 적당한 곳이다. 만조의 해변에는 밀물에 파도가 위협적이다. 썰물과 밀물도 달의 중력이 만드는 작품이 아닌가. 보름달의 영향권에서 벗어난 짙은 밤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다. 김녕의 한자어를 내 식으로 풀어내면 ‘달빛 안녕’이다. 오늘 같은 밤에 적당한 말이다. 비상용 손전등을 비추니 깜짝 놀란 게 들이 게구멍으로 숨기에 바쁘다. 해안가를 산책하던 베짱이도 한동안 전등의 빛에 놀라 꼼짝달싹을 못한다. 제주도 서부 지역에 비해서 개발이 덜 된 탓이라 동부 해안에서는 신비스러운 제주 바다를 여전히 만날 수 있다.        

산책 나온 베짱이

  

 ‘달빛이 머무는 곳’, 월정에 도착하니 입에서는 감탄이 새어 나온다. 해변의 조명으로 야간에도 운치 있는 바다를 감상할 수 있으니 좋다. 새로 만든 해변 펜스에 두 팔을 기대어 넋을 잃고 잠시 파도에 정신을 집중하여 본다. 파도는 그냥 바라만 보아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마법을 지니고 있다. 제주도의 명소라 관광객들이 많이 보이고 에서 일하는 외국 노동자들도 여름밤 바닷바람 맞으며 시름을 날리며 정겨운 담소를 나눈다. 바다 너머로 고국을 그리워하는 그들의 눈길이 애처롭다.


 마을 밑으로는 용천동굴이 마을 앞으로는 예쁜 바다와 양쪽에는 지질공원이 지정되어 있어 아름다워 보이는 이곳도 펜션과 카페와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땅값은 11배나 치솟고 마을의 하수처리장 문제로 해녀들과 갈등이 일어나 조용할 날이 없다. 해녀들은 바다의 소라가 씨알이 없는 껍데기만 보인다고 하소연하고 그 많던 해초들도 사라져 바다 밑은 이미 사막화가 진행되어 마지막 생존권 투쟁에 나선다. 유네스코 세계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세계자연유산이며 세계지질공원의 3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월정리 바다 위에 훤한 보름달만이 모든 것을 잠재우려는 듯 시끄러운 인간 세상내리 비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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