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생태공원
숲의 향기
아픈 이에게는 맑음을
슬픈 이에게는 기쁨을
메마른 감정에는 촉촉함을
안겨주는 너의 향기가
보릿빛 햇살을 품고서
새들의 노래 따라서
실바람 타고서
멀리멀리 퍼져나가
당신과 나의 마음에
푸른 하늘과 넓은 우주에
가득 채우고도 더욱 풍성해져
별빛 되어 쏟아져 내려라
제주도에서 좋아하는 곳 중에 한 곳을 꼽으라면 한라생태공원에 있는 숲모루 숲길을 들 수 있다. 대부분 공원의 트랙을 한 바퀴 휙 돌고는 가버리는 아쉬운 장소라서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꼭 숲길을 걸어보라고 권한다. 많이 알려진 사려니 숲길은 보통 18~25km 이상 가는 길고 넓은 길인데 반해 숲모루 숲길은 한 바퀴 도는데 1시간 정도 걸리는 5km 내의 작은 오솔길이다. 제주도의 곶자왈을 구경하고 싶다거나 조용히 산책하면서 제주의 원시림을 보고 싶을 때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힐링 장소이기도 하다. 도민들에게만 알려진 아늑한 공간이고 제주시에서 운영하다 보니 시설 또한 훌륭하다.
이곳에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나무들, 먼나무, 말의 곰채, 마가목, 아그배, 화살나무, 까마귀베개, 조릿대 등을 두루두루 만나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라산의 빽빽한 숲과 건강한 숲의 신호인 이끼들이 곳곳에서 자생하여 숲을 보호하고 있고 각종 새들의 합창을 듣게 되는 기회 또한 얻을 수 있다. 색 바랜 관광지에 실망했거나 제주의 웬만한 곳을 가본 사람에게는 제주도의 참모습을 알게 되고 제주의 숲에 눈뜨게 된다. 내가 우연히 들려서 사랑에 빠진 곳이며, 숲의 신비를 느끼며 제주를 사랑하게 되었고, 상처 난 마음이 치유된 곳이기도 하다. 시간이 된다면 한번 들려서 같은 감정을 느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