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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Jun 14. 2023

퀸엘리자베스공원에서 유대인친구를 만나다!

유대인 Uzi와의 첫 만남, 그리고 고민상담

4월 중순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밴쿠버에 온 지도 3개월 차, 하나씩 천천히 적응해가고 있던 시기이다. 4월부터는 일도 시작하여 본격적으로 바빠졌다. 평일에 휴무였던 나는 가보고 싶었던 'Queen Elizabeth Park'에 가보기로 했다. 그곳은 다양한 식물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곳이며, 4월 벚꽃이 피는 시즌 특히 아름다울 거라 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멀지 않았던 Queen Elizabeth park. 혼자 카메라에 삼각대에 간식에 단단히 준비해서 갔다. 그곳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져있었고, 나는 벤치에 앉아 밴쿠버의 풍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노트와 펜을 꺼내 일기를 적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간식도 먹고, 일기도 적고, 멍-때리기도 하고 그렇게 30분쯤이 흘렀을까? 6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외국인이 가쁜 숨을 쉬며 내 옆에 앉아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았다. 당연히 괜찮다고 했고, 그는 한숨 돌리며 나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뭐 쓰고 있었어? 사실 저 밑에서부터 나 달려와서 너무 힘들어. 체력을 길러야 하거든"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 나는 메모장을 덮고 그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이 외국인의 이름은 Uzi였다. 이스라엘 사람이었고 그는 평소 비치발리볼을 즐겨하는 사람이었다. 이제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기에 그에 대한 대비로 체력을 다시 단련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 한국인이야?"


한국, 일본, 중국 친구가 있는 사람들은 나를 보면 바로 한국인이냐 물어본다. 그냥 딱 보면 한국인인 게 티가 나더란다. 외형도 악센트도 전부.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그는 와이프가 일본인이라 했다. 그렇기에 일본인과 한국인을 구분하기 쉽다고 했고, 심지어 본인은 과거에 한국인 여자친구를 만난 적이 있다고 했다. 그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정말 긴 시간 대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심지어 다음에 본인이 가는 비치발리볼하는 곳에도 와서 같이 놀자고 했다. 그곳에는 나의 또래 여자아이가 있으니 너도 좋을 거고 그곳에는 많은 친구들이 있어 나의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 했다. Uzi는 Wreck beach라는 Naked beach, 누드비치에서 비치발리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Clothing Optional이었다. 부담 없이 와도 된다며, 모든 건 다 너의 마음이라며 시간 될 때 연락 달라고 했다.

처음엔 의심했다. 한국에서부터 워낙 경계심도 많고 무척이나 보수적인 나였다. 이 각박한 틀을 무너뜨리며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나도 모르게 혼자 벽을 만들고 경계하고 있었다. 

'이 정도 이야기했으면 충분한 거 같은데, 왜 안 가지? 굳이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인 나를 왜 초대해 주지? 그냥 순응하는 척하고 말아야겠다.'라는 생각이었다. 그와 공원을 내려오며 조금씩 의문이 풀리기 시작했다. 그저 그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공원을 내려오면서도 그를 아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이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떨쳐낼 순 없었지만, 사실 그 고민은 나에게 의미 없는 고민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이 순간을 즐기기로 했다. 사실 Uzi 가 나에게 큰 해코지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가 위험한 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다. 사람 많은 넓은 공원에 앉아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살면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이스라엘 사람과 대화를 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얼마나 소중한 순간인가?

나는 한국에 있을 적, '유대인'이라는 키워드에 꽂힌 적이 있었다. '하브루타', '탈무드'에 관해 관심도가 높아졌고 '유대인을 만나다', '유대인의 하루는 저녁 6시에 시작된다' 등 유대인에 대한 책을 종종 빌려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내가 유대인들을 만나 대화할 기회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유대인들 사이에서도 그들의 문화를 지키는 정도에 따라 조금씩 나뉜다고 들었는데 Uzi는 일본인과 결혼을 했었다. 그 책을 읽은 지 오래돼서 기억이 잘 안 나지만 그는 굉장히 오픈마인드화 되어있던 사람이었다. 90년대생인 나보다 더 유연한 사고방식인 듯 보였다.

처음 Uzi와 만난 날,  Uzi는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내 영어 실력과는 상관없었다. 나의 그 시점 고민을 다 들어주었고 그는 기다려주었다.


한국에서의 일, 내가 여기 오게 된 이유, 그리고 앞으로 여기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가 이곳에서 그 당시 이루고 싶었던 부분들, 경험하고 싶었던 부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나의 한국에서의 이력을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한국에서 물리치료사로 일을 했고, 여기서 PTA(물리치료보조사)로 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영어스피킹이 부족했다. 이곳에서 나는 '현지잡'을 구해 영어 향상을 위해 영어를 써야만 하는 환경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현재 '현지잡'을 구했고 이제 막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나의 이야기를 들은 Uzi는 나에게 말했다.


"물론 모든 건 너의 선택이지만, 나는 네가 한인식당에서 일하는 걸 추천해. 그곳에선 팁을 받을 수 있어. 그럼 너의 당장 의식주 문제가 해결될 거야. 그리고 공부할 시간과 에너지도 생길 거야. 일하는 곳에서는 스트레스받지 마. 그리고 의식주 문제가 해결된 후, 너는 시간과 돈이 생기면 영어에 집중할 수 있어. 공부와 일은 하나가 아니야. 일은 일이고 공부는 공부야."


Uzi의 생각은 나와 달랐다. 그의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확실히 휴식과 공부와 일을 분리하고 선택과 집중을 중요시하는 유대인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으려던 '나'의 마인드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한인식당'에 가서 일을 할까? 를 고민한 건 아니었다. 나는 선택과 집중을 잘하고 있는가? 일과 휴식, 공부를 잘 분리해서 하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을 고민하고 돌아보았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양 팔로 포옹하는 것이 캐나다식 인사방법이야."


그와 다음 만남을 약속하며 헤어질 때 나에게 해준 말이다. 이전, 다른 친구들과 인사할 때 몸만 가볍게 가까이 다가가 한 팔로 포옹했던 내가 생각났다. 앞에서도 언급했 듯, 나는 경계심이 많고 보수적인 사람이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 포옹? 외국의 방식이라는 걸 알지만 한국에 있었다면 몸소 실천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많은 문화를 보고 경험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방식이 정답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는 중이다.

세상은 내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할 때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다 준다. 그리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주고 있었던 거 일지도 모른다.

나는 Uzi를 만나 앞으로 캐나다에서 생활함에 있어 정말 중요한 인사법을 배우고 현재 나의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이 부분들은 Uzi에 대한 경계하는 마음으로 짧게 대화하고 그 자리를 떴다면 전혀 배울 수 없던 것들이다. 그리고 함께했던 시간들로 인해 또 다른 깨달음을 얻고 '나'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었다.

Uzi 가 찍어준 벚나무 아래서 한 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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