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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May 06. 2023

캐나다 가기로 결정, 짧고도 길었던 고민과정

후회 없는 데까지 해보자

만 5년 넘게 물리치료사로 일을 했던 나는 지극히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2021년 연말쯤 친구와 통화하다 문득 '워킹홀리데이'가 떠올랐다.

2022년 퇴사와 함께 찾아온 캐나다 정부로부터 온 인비테이션. 이 무슨 우연의 일치란 말인가?

그렇게 2022년 4월 후반기 서류준비를 시작했다.  5월 한 달 동안은 최종레터를 기다리는 기간이었다.

최종레터를 받진 않았지만 나는 범죄기록이나 특별한 사항이 없기에 합격이라는 것쯤은 예상할 수 있었다. 이젠 나의 선택만 남아있는 것이었다. 이젠 진짜로 결정해야 할 시기.

이 시기 캐나다를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동시에 이런 삶을 살아도 괜찮을지 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고민과정 그리고 해외생활, 영어에 대한 내 생각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보려 한다.


인비테이션을 받기 전까지 내가 캐나다에 간다는 것 자체가 실감이 나지 않았고 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던 부분이었기에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류를 하나씩 마무리해 가며 바이오메트릭 신체등록 한 날 조금 실감이 났던 거 같다.

"진짜로 캐나다 가는 거야?"

이 질문에 나는 "가겠지? 최종레터 받으면?"이라고 아직 확신에 차지 않은 답을 남기곤 했다.

고민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망설이고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와 비슷할 것이다.

영어로 인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지금 망설이는 이유는 영어로 인한 두려움이 아니었다. 영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을 향상 싶었던 부분이 컸기에 그 부분은 이겨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내 '나이'와 '시기' 그리고 '확신'에 대한 문제였다.

만 나이로 27살이었다. 완전 막차는 아니었지만 한국 나이로 했을 땐 이 시기면 자리 잡고 좀 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그리며 살아간다. 주위에 보면 결혼을 하고 일을 하고 대학원을 가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갑자기 캐나다로 간다고? '워킹 홀리데이'로? 무엇 하나 정해져 있지 않고 단순히 '영어', '배움', '경험'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을 위해 내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난다고? 쉽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철 없이 행동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잘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를 하지 않나, 캐나다에 간다고 하질 않나. 나는 지금까지 나만의 엄격한 잣대와 기준으로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이런 돌발 행동들은 스스로도 놀라웠다. 어머니도 나에게 말했다. 20대 초중반에 안 가고 남들 결혼하고 자리 잡는 지금 왜 떠나냐고.

'20대 초중반에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못 갔고, 지금이 난 가장 빠른 시기라고 생각하는데 지금도 난 가면 안 되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들면서 적극적으로 지지해주지 않는 어머니가 조금 원망스럽기도 했다. 사실 내가 내려놓지 못하는 부분들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도 꽤나 큰 비중을 차지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한 해, 두 해 몸과 마음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이젠 어머니, 아버지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어머니, 아버지는 나에게 책임져달라고 한 적 없었다. 나 스스로 느낀 강박관념이었던 것이다.


이런 다양한 생각과 고민들이 겹치며 한국에 있어야 하는 게 맞는 건가 라는 고민을 했다.

오죽하면 이때, 처음으로 신점이라는 걸 봤다. 평소 사주, 타로 보는 걸 재밌어했지만 신점을 본 적은 없었는데 말이다. 이런 영적인 부분들을 100% 믿는 건 아니지만 '일기예보' 정도로 생각하는 편이다.

거기서 들은 말이 잊히지 않는다.

"잘하고 있어. 남들이 잘하고 있다고 하면 잘하는 줄 알고 그 말을 믿고 왜 옆에서 잘한다고 해도 그 말을 믿지 않는 거야? 캐나다도 아무나 가는 거 아니야. 평생 살러 가는 것도 아니고, 길어야 2년 3년 인데 왜 고민하고 있는 거야? 그곳에서 무슨 일이 펼쳐질 줄 알고, 부모님? 스스로도 알잖아. 너네 부모님들 알아서 잘하실 분 들이다. "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누군가한테 인정받으려고 노력하는 건 아니지만,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나 보다. 그날 집에 와서 다른 부분 다 내려놓고 고민을 해보았다. 처음 내가 워킹 홀리데이 결정을 내렸던 그 순간부터 되짚어보았다.


내가 어떤 선택을 했을 때 후회를 하지 않을까?

나는 '영어공부하기'를 매 해 목표에 적곤 했다. 그리고 영어가 필요하다는 걸 알았지만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있었지만 '나는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다'라는 전제가 깔려있었다. 그래서 항상 영어를 피해 다녔다. 그러면서도 해외에서의 삶은 동경하고 나의 목표와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항상 동경해 왔다.  

'지구 반대편, 내가 전혀 모르는 세상의 삶. TV, 인터넷을 통해서가 아닌 직접 눈으로 보고, 그 사람들과 소통하는 그런 날이 올까?'

하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이 영어를 피하며 사는 삶은 불편하지 않았고 이미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 나를 만난다면 '영어'공부를 하라고 조언해주고 싶고, '영어'를 못 해서 부딪히는 벽은 생각보다 많았다.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결국 영어를 못 해서 '해외'로 나가는 것이 두려운 나였기에 이번 기회도 놓친다면 결국 되돌이표 될 것임이 분명했다.

해외의 삶을 부러워하며 영어 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영어공부해서 해외 가야지 목표만 세우는 나의 모습이 그려졌다. 갑자기 내가 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 확신이 들었다.


" 가서 후회를 하고 돌아오더라도, 안 가고 아쉬워하지는 말자 "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내가 고민했던 이유는 아직 스스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가고 싶어서 넣은 서류, 진짜로 가야 할지 몰랐고 상황에 이끌려 서류제출까지 했다.

진짜로 가야 해!라고 하니까 그때서야 주춤하는 나였던 것이다. 확실하게 가는 게 맞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 다른 '나이'에 대한 고민, '시기'에 대한 고민은 아무것도 아닌 게 돼버렸다. 그저 나에게 못 갈 만한 고민거리, 이유가 필요했던 것이다.


한 순간에 짧고도 길었던 캐나다행 고민과정이 해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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