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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ina Apr 29. 2023

29살, 퇴사하더니 갑자기 캐나다로 간다고?

캐나다 그리고 30살 시작된 새로운 인생

만 5년 넘게 물리치료사로 일을 했던 나는 2022년 5월 퇴사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4월 15일까지 출근하고 18일부터는 연차처리를 했다.

서류상 4월 30일까지 근무를 했고 5월부터 퇴사 처리가 됐지만, 실질적으로는 15일까지 출근하고 퇴사를 한 것이다.

그리고 4월 18일 캐나다 정부로부터 온 인비테이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여기 캐나다, 밴쿠버에 있게 된 과정을 적어보려한다.


나는 2021년 한 해 공인중개사 시험공부를 하며 한 해를 보냈다. 정말 치열하게 보낸 한 해였다. 2021년 10월 30일 공인중개사 시험을 쳤고, 남은 2달은 나를 위해 투자하기로 했다.

먼저, PT를 다니며 운동을 시작했고 그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과 약속을 잡고 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노는 시간에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은 강박감느껴졌다. 시험이 끝났는데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서였을까? 지금이라도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하나?라는 고민이 종종 들기도 했다.

그렇게 이전부터 응시하려 했던 맞춤형 화장품조제관리사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시험은 3월에 있으니 끝난 후 공인중개사시험 재응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이 시기였던 거 같다. 내 친구이자 멘토이자 동료 아모카와 통화를 했던 날이다.  1시간가량 통화를 했는데 풀숲힐링문화공간센터 관련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그래서 이제 뭐 하고 싶어?"

"나 하고 싶은 건 많지. 맞춤형 화장품조제관리사도 합격해서 아로마 판매도 하고 싶고, 예전에 했던.."

"그런 거 말고! 그냥 하고 싶은 거! 일 말고 하고 싶은 거, 다른 거 다 생각하지 말고 딱 하고 싶은 거!"

"일 말고? 뭐가 있을까? 사실 코로나가 없고, 내가 상황이 된다면 여행이 가고 싶어. 우리 예전에 대학생 때, 괌 가려고 했다가 못 갔잖아. 그것도 너무 아쉽고 유럽도 못 가본 것도 아쉽고, 다른 나라에서 살아도 보고 싶고 음... 그래 워홀? 워홀 가고 싶다"

"워홀? 와 워홀 좋다. 워홀 가자 우리 같이 가자! 나도 갈래!"

"같이? 같이 갈 수 있는 거 맞나? 센터는 어떻게 하고..?"

"에이 그래도 갈 수 있지! 가자!"

"와, 그런데 나 갑자기 막 설렌다. 워홀 간다고 생각하니까 막 설레. 근데 나 무서운 게 하나가 있다면 니도 알잖아. 나 영어가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 내가 영어를 너무 못하니까 가서 살 수 있을까?"

"영어는 다 하고 살 수 있지. 난 영어보다 코로나 때문에 동양인들에 대한 혐오감? 같은 게 있을까 봐 그게 더 걱정인데?"

"에이 그래도 다 사람 사는 곳인데 그런 것 보다 난 영어...."

"와 그건 안 무섭다고? 그럼 갈 수 있다. 가자!"


이런 내용의 대화를 했다.

워킹홀리데이? 내가? 해외생활?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나는 그저 영어를 못 하는 사람이었고, 그렇기에 유럽여행조차 두려웠기 때문이다.


워킹홀리데이, 국가들 간에 양해각서 협정을 맺어 젊은이들로 하여금 방문국에서 정해진 기간 동안 자유롭게 거주, 취업, 여행 혹은 공부할 수 있도록 허가해 주는 청년 교환 이동성 프로그램이다.

사실 워킹홀리데이를 생각한 이유는 하나다. 여행뿐만 아니라 해외생활 그리고 '경제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20대 초반 첫 여행을 갔을 때 그 설렘,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처음으로 타지의 땅에 밟았을 때, 한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소통했을 때, 굉장히 행복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영어로 단 한 마디도 뱉을 수 없었지만 손짓 발짓을 다 이용해 아는 단어를 따 꺼내 소통했다. 그 순간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을 길게 해보고 싶었다. 나아가 여행에서 느낄 수 있는 부분 일상이 되었을 때 느끼는 부분은 다르다고 생각을 했고 그 부분을 느끼고 싶었다.

나는 내가 모아놓은 돈을 다 쓸 마음 대담하지 못했다. 그랬기에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는 젊은 시절에만 가능한 비자, 워킹홀리데이를 선택했다.


친구와 통화를 종료하고 바로 유튜브에 '워킹홀리데이'를 검색했다.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았다.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영국 등 유튜브를 보다가 3개의 나라로 추려졌다.

호주, 캐나다, 영국이었다.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을 했을 때, 바로 나온다고 했다. 제한 나이도 최근 34세까지로 확장됐다.

캐나다는 1년에 약 4000명 랜덤으로 추첨해서 인비테이션을 받을 수 있다. 제한나이는 30살이었다.

영국은 1년에 약 200명 정도였다. 제한나이는 마찬가지로 30살이었다.


여기서 얻은 정보는 영국은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가도 취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고, 호주와 캐나다는 본인 하기 나름이라는 것이었다. 호주와 캐나다를 비교했을 때 캐나다가 치안이 더 좋다고 했다.

이때, 제한나이 30살과 1년에 4000명 랜덤 추천이라는 부분에 캐나다로 끌리고 있었다.

막차 탑승을 성공했을 땐, 마지막 하나 남은 물건을 산 느낌과 같다고나 해야 할까?

막차라인에 있었기에 만 30살까지인 나라에 끌렸다. 호주는 언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섣불리 신청하지 못했다. 아직 나에겐 직장이 있었고, 가족이 있고, 친구도 있었다.


그리고 잠시 잊고 살았다. 맞춤형 화장품 조제관리사 공부를 하던 중, 집중력이 흐려져 휴대폰을 만지고 유튜브를 보는 등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다. 그때 마침 떠올랐다.

워킹홀리데이 캐나다는 랜덤이니 일단 서류 넣어보고 결정하자 안 되면 어쩔 수 없고, 인비테이션이 오면 그때 상황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다!라는 마인드였다.


워킹홀리데이 서류접수 한 날, 2022년 1월 23일이었다.

연 초에는 거의 매주 인비테이션 발표가 났는데 아직 인비테이션이 안 올걸 알면서도, 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못 정했지만 매번 메일함에 들어가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나는 인비테이션이 안 오는 기분이 들었다. 왜? 나이 많다고 안 뽑아주는 건가?

'이젠 4000명 다 되어가는데 퇴사하면 열심히 살아야지 역시, 무슨 워홀이야. '

그냥 포기하고 있을 때쯤이었다.


2022년 4월 18일, 그날도 친구와 함께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누릴 수 없는 평일 오전 시간.


"아 맞다! 워킹홀리데이 어떻게 됐어? 확인해 봐!"

"아, 워홀? 나 나이 많다고 안 뽑아 주나 봐. 거의 매주 들어가서 확인했는데 안 와. 요즘엔 퇴사한다고 동료들이랑 술자리가 많아서 못 보긴 했는데, 확인해 볼까?...... 아???! 어??!!!!?? 뭐지? 나... 캐나다에서 오라는데? 서류준비해야 해"


갑자기 발견했다. 4월 18일 캐나다 정부로부터 온 인비테이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알고 보니 4월 13일에 온 인비테이션이었다. 인비테이션이 오면 10일 안에 수락을 눌러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


나 진짜로 캐나다 가야겠는데? 이제 병원은 못 가겠다.

그렇게 4월 18일부터 서류준비를 시작했다. 부산에 살았던 나는 퇴사했던 것이 신의 한 수였다. 내가 가고 싶은 날짜에 신체검사, 바이오메트릭까지 예약 후 완료할 수 있었다.

모든 서류는 4월 28일 제출 완료 했고 최종 합격 레터는 5월 26일 받아 볼 수 있었다.


나의 캐나다 생활의 시작의 첫걸음, 이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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