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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보구 Nov 04. 2020

11월의 나무

계절을 몰고 온 바람이 먼지를 일으킵니다

쿨럭거리는 나무 사이로 가래 뱉듯 쏟아지는 잎이 모여 물처럼 낮게 흐릅니다


계절은 불현듯 다가오지만 늘 정확했습니다

철철 넘치던 관능과 욕망의 매운맛은 뜨거운 햇빛에 태웠고

이제는 곱게 마른 그리움도 일별할 시간

낮과 밤의 격차를 넘나들며 가쁘게 몰아쉬는 바람의 심장소리 앞에

슬픔은 날리고 아픔은 품고 상처는 뿌리로 내립니다

옷깃을 여미고 다가오는 어둠과 화살처럼 파고드는 바람과 마주할 때

나무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낙타처럼 털썩 주저앉습니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고 소리 내도 울지 않으며 날렵한 맨몸으로 마주합니다


11월의 나무는 다가오는 겨울 앞에 초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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