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문화를 주의해야 하는가
아마 직장에 다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프로젝트에 참여해본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들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라며 열심히 노력하지만, 모든 프로젝트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쩔 때는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고, 어쩔 때에는 아쉬운 결과를 보여주는데요. 과연 어떤 이유로 프로젝트가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프로젝트의 다양한 패턴에 대해 다룬 책 [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을 바탕으로 '프로젝트의 행방을 결정하는 8가지 요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런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무조건 긴급한 업무부터 처리한다. ‘긴급도'가 낮은 프로젝트는 (장기적인 이익이 보장되어도) 일단 무시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급해지면 그제야 돌아본다. 아드레날린 중독증에 걸린 조직은 계획보다 전력질주가 최선의 방법이라 믿는다.
이런 문화는 필사적인 급박함을 효율적인 생산성이라 믿는다. 이렇듯 급박함을 장려하는 문화 속에서는 중독을 피하기 어렵다. 밤낮없이 일해서 터무니없이 짧은 일정을 간신히 맞춘 개발자가 영웅으로 부상한다. (그들이 내놓은 품질은 상관이 없다.)
뉴스를 보거나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도 생각보다 많은 회사들이 이러한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시야에서 얼마나 오래 일하는지만 보고 그 사람의 열정과 능력을 판단하는 것인데요. '아드레날린 중독증'이 생기는 원인은 동료나 직원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절대적인 업무 시간 외에 직원의 능력을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이 부재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회사는 어떤가요? 이번 기회에 자신의 회사에도 믿음직한 동료와 합리적인 피드백 및 평가의 기준이 있는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긴박감은 행동을 촉발하는 대단히 효과적인 촉매다. 긴박감을 없애면 사안은 ‘오늘 할 일' 목록에서 아래로 밀려난다. 다른 사안이 더 주의를 끌므로, 여러 날이 걸리는 다른 사안에 오늘을 소모한다.
우리 모두에게는 ‘일을 끝내려면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라고 느끼는 기간이 있다. 대다수에게 그 기간은 30일에서 90일 정도다. 즉 우리들 대다수는 현재에서 대략 30일에서 90일 정도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운다. 그 기간 안에 드는 일은 긴박감을 느끼며 추진한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할 일을 처리한다.
'긴박함이 없는 일정은 동기를 유발하지 못한다.' 언뜻 보면 당연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목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저는 보통 연간 단위와 분기 단위로 계획을 세우는데, 기간이 길다 보니 실제로 목표에 대한 동기가 쉽게 떨어지곤 합니다. 앞으로는 저도 해당 패턴을 기억하며 프로젝트를 계획하거나 목표를 세우는 데에 있어서 적당한 긴박감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습니다.
“… 온 방법론 컨설턴트 중에 광신도가 많다(내부인이든 외부인이든), 양쪽 진영을 대표하는 대장들이 서로 다른 방법론을 신봉할 때 궁극적인 충돌이 일어난다. 서로가 자기 방법론을 옹호하며 싸움을 벌인다.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이런 사람들은 없는 편이 더 낫다. 그래야 프로젝트가 앞으로 나간다” - 일리스테어 콕번, [Agile 소프트웨어 개발]
한 마디로 '설득될 수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과 다른 의견이 있을 때, 어떤 사람들은 해당 의견이 어떤 점에서 더 좋은지 고민해보고 열린 자세로 토론에 임합니다. 반면에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확신하며 토론을 거부합니다. 이들은 다른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좋은 방법'을 가르치는 태도를 보입니다. 이런 경우 이유는 '이미 다 해봐서', 혹은 '지금까지 해온 방식에 문제가 없었다'인 경우가 많습니다.
진짜 유능한 전문가는 해결할 문제에 맞춰서 답을 찾아간다. 자신이나 팀이 써봐서 검증한 도구나 방법론에 문제를 짜 맞추지 않는다. 도구와 방법론을 적용할 줄 몰라서가 아니다. 기술에 영혼을 파는 대신 빌려주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새롭고 멋진 아이디어가 나오면, 유능한 전문가는 장점을 고려하고, 과거 기술과 비교하여, 합리적인 판단으로 가장 적절한 활용법을 정한다.
오랫동안 사용한 (그래서 숙련된) 기술을 버리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들은 일시적인 불편을 기꺼이 감내한다. 현재 기술로도 충분하지만 새 기술이 더 많은 장점을 제공할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인정한다. 그렇다고 화려하게 등장하는 갖가지 신기술을 무조건 추종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에게 익숙한 업무 방식을 잠깐 접어 두고 진정한 발전은 어떤 장점이 있는지 숙고한다. 그들의 태도는 현재에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주시하는 것이다.
3번에서 다룬 내용(광신도)과 이어지는 항목입니다. 광신도가 되지 않기 위해 기꺼이 영혼을 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인데요. 진정한 전문가, 혹은 프로젝트에 함께하고 싶은 동료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익숙한 방식을 미련 없이 포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금은 익숙한 방식을 포기하는 것이 전문성을 잃어버리는 것 같이 느껴질 수 있으나, 새로운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자세는 프로젝트의 성공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장에 있어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시스템을 출시할 날짜가 몇 주밖에 안 남았다. 한동안 통합 테스트를 진행해왔으며 개발자들은 버그가 들어오는 대로 고친다. 출시 관리자는 출시 전에 수행할 활동 목록을 점검해 간과한 항목이 없는지 확인한다. 그런데 출시 준비 검토 회의에서 누군가 목소리를 높인다. 대체로 처음부터 프로젝트에 관여했지만 지금까지 조용했던 사람이다. 이 친구를 허브라 부르자.
허브는 프로젝트 상태가 마음에 안 든다. 출시할 제품에 핵심 기능 몇 가지가 빠졌다고 믿는다. 설계 검토도 충분하지 못하다. 통합 테스트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이런저런 정황을 감안하건대 그대로 출시하면 심각한 위험이 생기리라 믿는다. 허브는 멋들어진 파워포인트 문서에다 위험을 열거한 후 모두에게 이메일로 발송한다.
그것이 나쁘다는 소리가 아니다. 무조건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목표 분리 패턴이 파괴적인 이유는 분리된 목표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프로젝트 성공을 향해 나아갈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투자하는 노력은 프로젝트 성공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거나 오히려 성공을 저해하기 십상이다.
아마 평론가는 자기 자신을 '냉철한 분석을 통해 프로젝트가 망하는 것을 막은 뛰어난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팀원에게 있어서 그는 '초 치는 사람'일뿐입니다. 아마 예시와 같은 상황이라면 동료들도 어려운 상황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날카로운 평론가는 도움이 되지 않는데요. 이번 기회에 자신의 조직에 이런 유형의 사람이 있는지, 혹은 자신이 이런 유형이 아닌지 한 번쯤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침묵을 동의로 여겨서 이뤄진 약속은 모두에게 나쁘다. 각자가 우선순위를 나름대로 매기는 탓이다. 반드시 누군가는 눈물을 뺀다. 개념적으로는 풀기 쉬운 문제다. ‘아니오'라고 확실히 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다. 온갖 골치 아픈 상황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에서 이미 약속을 남발했고, 새로운 요구가 감당 못하게 쏟아지고, 암묵적인 약속이 토끼처럼 새끼를 친다. 낯설지 않은 상황이리라. 이 와중에 상사가 12월 31일까지 뭔가를 또 해내라고 말한다면? 그저 어깨를 으쓱했다고 그 개발자를 비난할 수 있겠는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수많은 회의에 참석하게 되고, 가끔은 같은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 간에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 서로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프로젝트에 큰 차질을 빚게 될 수 있기 때문에, 모두가 같은 내용과 맥락을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한 노력이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비용이나 시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쁜 소식을 숨기다 자칫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가 해결 불가능한 문제로 변한다. 조치를 취할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예를 들어, 자원을 통제하는 관리자나 고객 기대치를 조절하는 관리자가) 조치를 취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 너무 늦어서 어떤 조치도 소용없기 때문이다.
업무량과 자원과 일정 사이에서 균형이 안 맞는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더라면 자원을 늘이거나 업무량을 줄이거나 일정을 조정해서 막판 지연을 막았을 터이다. 물론 나쁜 소식을 즉시 알렸다고 그들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전혀 못 들은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확실히 없다. 그래서 조기 정보는 아주 중요하다.
조직이 나쁜 소식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보고하는 능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열쇠는 대개 관리자 손에 있다. 우선, 나쁜 소식은 즉시 알려 달라고 공언한다. 하지만 말만으로 부족하다. 행동으로도 보여야 한다. 나쁜 소식을 들으면 아무리 못해도, 두 가지 객관적인 태도를 보이라는 의미다. 하나는 대처 방안을 모색하는 태도고 다른 하나는 원인을 파악하는 태도다.
책에 나온 대로 프로젝트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면 빠르게 알려야 합니다. 저는 이에 더해 개개인의 업무에 대한 소식도 빠르게 공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프로젝트 매니저가 대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저희 팀은 애자일 방식*으로 일하는데, 매일 데일리 스탠드업을 통해 전날에 수행한 작업과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간단히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시간 덕분에 프로젝트 매니저는 정기 회의 전에 작업의 진척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다른 팀원들도 서로의 작업과 진행상황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 애자일이란?
애자일(Agile)이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의 하나로 통용되는 말이다. 작업 계획을 짧은 단위로 세우고 시제품을 만들어 나가는 사이클을 반복함으로써 고객의 요구 변화에 유연하고도 신속하게 대응하는 개발 방법론이다.
비판을 사적인 공격으로 보고 금기로 여기는 조직이 있다. 무슨 이유에선지 업무 결과물과 업무 수행자를 하나로 간주한다. 묘하지만 논리는 이렇다. ‘메그의 스키마를 비판하면 메그의 능력을 비판하는 셈이다 결국은 메그라는 개인을 비판하는 셈이다. 나는 메그를 비판하지 않겠다. 메그가 감정이 상할 테니까. 게다가 메그를 비판했다고 남들이 나를 비판할 테니까'.
직접적인 비평만이 아니다. 검토, 평가 등과 같이 간접적인 비평도 회피한다. 검토는 무조건 ‘아주 잘했어요'로 끝난다. 안 그러면 참석자 모두가 불편함을 느낀다.
우리의 예의 바른 조직은 체면만 있을 뿐 얼굴이 없다. 그래서 조직 구성원들은 하루 종일 가면을 쓰고 다닌다.
사실 한국 문화에서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쉽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판 없이 모든 의견에 동의하는 문화는 기업과 개인의 성장에 매우 치명적인데요. 저희 회사에서는 솔직한 피드백을 장려하는 동시에 반기마다 문서로 피드백을 진행하는 방식을 통해 솔직한 피드백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프로젝트가 산으로 가는 여덟 가지 상황에 대해 정리해보았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사실 제가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랐던 점 중 하나는 바로 이 책이 2009년에 출판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10년도 넘게 지났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프로젝트의 형태는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신기했는데요. 과거의 교훈과 현재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에 더 나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력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