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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하 Nov 23. 2022

디즈니 전성기를 만든 CEO는 어떻게 성장해 왔을까

밥 아이거의 커리어와 이를 통해 배우는 교훈

디즈니는 현재 명실상부한 글로벌 콘텐츠 기업입니다. 그러나 디즈니가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디즈니 역시 숱한 위기를 겪어왔는데요. 대표적으로 2000년대 초반의 디즈니는 10년 넘게 (개봉 첫 주 기준) 박스오피스 1위 애니메이션을 한 편도 만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사회와 조직 내부에는 갈등이 있었고, 이에 따라 주가도 꾸준히 하락했었죠.


이런 시기에 디즈니에서 새로 선임된 CEO가 바로 '밥 아이거'입니다. 밥 아이거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대표로 역임하며 하락하던 디즈니를 부활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얼마 전에는 밥 아이거가 주춤하는 디즈니를 위해 경영에서 물러난 지 2년 9개월 만에 다시 최고경영자에 복귀했다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밥 아이거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디즈니의 CEO가 되었을까요? 오늘은 밥 아이거의 커리어와 그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인사이트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 본문은 밥 아이거의 저서 [디즈니만이 하는 것]을 참조하여 작성했습니다.



밥 아이거의 커리어: 한 단계씩 성장하다

나는 같은 회사에서 45년 동안 일했다. 처음 22년은 ABC에서, 1995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한 이후로는 디즈니에서 23년을 근무했다. 특히 지난 14년 동안은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자리에서 직무를 수행했다. 1923년 월트 디즈니가 디즈니를 창립한 이래로 6번째 CEO가 되어 회사를 경영했다.


밥 아이거는 주민 대부분이 노동자 계층인 롱아일랜드의 오션사이드라는 소도시에서 자랐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해군 참전용사 출신이었는데, 전쟁에서 돌아와서는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에서 마케팅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렇게 식품 제조회사 마케팅 부서 취업을 시작으로 광고 전문가가 되었지만, 아이거의 아버지는 승진하지 못하고 여러 광고대행사를 전전했습니다. 그는 훗날 조울병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도하기도 했는데, 아이거는 아버지의 잦은 이직과 실직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타카 대학에 진학한 후에도 2년 동안은 거의 매일 주말 밤을 동네 피자헛에서 피자를 구우며 보냈습니다.


이후 아이거는 외삼촌의 소개로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프로덕션 서비스 부서의 스튜디오 스태프 직무였는데, 주급 150달러의 ABC라는 거대한 회사의 가장 말단에 해당하는 일이었죠. 그는 새벽 4시 반에 스튜디오로 달려가 필요한 모든 일을 수행했습니다. 그는 해당 시기의 일이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그 경험 덕분에 제작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배우고 쉽게 지치지 않는 정신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당시 아이거가 속한 부서의 책임자는 리베이트를 챙기는 부패한 간부였습니다. 연속극 세트에 필요하다며 가구를 사들여서는 내연녀를 위해 마련한 아파트에 두고, 그 과정을 무대 담당자들에게 시키던 사람이었는데요. 아이거는 부패에 대해 조치할 방법이 있을지 부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해당 간부가 이를 파악하고, 그에게 더 이상의 승진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서에 남을 수 없게 된 아이거는 ABC 사내의 구인구직 게시판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때 ABC 스포츠에 자리 하나가 비어서 사람을 구한다는 공지를 보았고, 한 달 후 아이거는 스튜디오 운영 관리자로 고용되었습니다. 부서를 옮긴 아이거는 꾸준히 발전하며 ABC 스포츠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반면 해당 부서장은 나중에 횡령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게 되었죠.


그러던 1985년 ABC가 캡시티즈라는 회사에 인수되었습니다. 캡시티즈는 톰 머피와 댄 버크가 이끌고 있었는데, 그들은 분산형 조직의 가치를 믿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둘은 똑똑하고 품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고용해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에 앉혔고, 대신 자율성을 보장하며 일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톰과 댄이 아이거를 믿고, 아이거가 이에 보답하는 성과를 내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며 마침내 1993년에 아이거는 ABC 사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습니다.


이후 1995년 디즈니가 ABC를 인수하며 아이거는 자연스레 디즈니에서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00년에 디즈니의 COO를 거쳐 마침내 2005년 아이거는 디즈니의 6대 CEO로 취임하였습니다.



밥 아이거에게 배우는 교훈 

아이거는 책을 통해 커리어 과정에서 깨달은 많은 인사이트를 공유했는데요.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을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솔직함의 중요성

그 일을 통해 나는 일을 망쳤을 때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직장생활에서든 개인의 삶에서든, 정직하게 실수를 인정하면 주변 사람들이 당신을 더욱 존중하고 신뢰하게 된다. 살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실수에서 배우고, 때로는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본보기가 되는 것은 가능하다. 용인할 수 없는 것은 거짓말하거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는 행태다.


아이거가 과거 ABC스포츠에서 직원으로 일하던 시절, 회의에서 잘못된 상황에 대해 아무도 먼저 나서서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아이거는 손을 들고 자신의 잘못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했는데요. 이러한 행동에 대해 다른 많은 직원들은 필요하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말했지만, 그의 상사는 아이거의 행동을 존중하고 오히려 회의 이후에 그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실패하거나 실수하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나 한 번도 실패하거나 실수하지 않는 사람 역시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러한 사실을 알고 있는데, 막상 주변을 보면 자신의 실패나 실수를 인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인데요. 한 번쯤은 아무도 모르게 넘어갈 수 있어도, 실수를 계속 숨기고 살기는 어렵습니다. 오히려 한 번 숨기기 시작하면 이후의 실수는 더욱 솔직하기 드러내기 힘들어집니다.


반대로 자신의 실수를 정직하게 인정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더욱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가 전제되어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리더의 위치에 있다면 직원들이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만약 실수한 사람을 공개적으로 비난한다면 아무도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솔직하지 않은 문화로 굳어질 것입니다.



2. 최선의 노력에 따른 완벽주의

평범함을 거부하라는 의미다. 무언가가 ‘웬만큼 좋다’고 변명하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에 걸맞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당신이 무언가를 만드는 비즈니스에 몸담고 있다면, 그것을 최고로 위대하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거는 평범함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주로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의욕이 없어서', '그러려면 곤란한 대화를 나눠야 해서' 같은 핑계를 먼저 대고, 그러면서 '그저 적당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만하면 괜찮지'라며 스스로를 납득시키기 위해 많은 방법을 동원한다는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을 읽고 제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살자는 생각을 갖고 실제로도 열심히 살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실제 업무에 대해서 항상 평범함을 거부하고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진심으로 노력했냐고 물으면 선뜻 그렇다고 답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3. 직무와 야망의 균형

진정한 리더라면 주변 사람들이 더욱 높은 자리에 올라 더 큰 책임을 떠맡고자 하는 의욕을 불태우길 바라야 한다. 그들이 꿈꾸는 미래의 직무가 현재의 직무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말이다. 주어지는 기회보다 야망이 지나치게 앞서 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아직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는 작은 무언가에 초점을 맞추려 하면 그 자체로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의 직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인내심을 잃거나 조바심을 부리게 되기 때문이다.


다른 무언가를 갈망하는 경우에는 당장 맡고 있는 책무에 최선을 다하기가 힘들어진다고 합니다. 야망이 역효과를 낳는 것입니다. 아이거는 결국 야망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방법을 아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합니다. 주어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인내심을 유지하며 기여와 확장, 성장을 위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죠. 동시에 그런 기회가 찾아왔을 때 상사의 뇌리에 적임자로 떠오를 수 있는 사람 중 한 명이 될 수 있도록 태도를 가다듬고 에너지와 집중력을 키워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명확한 우선사항

기업의 조직문화는 많은 요소들에 의해 그 형태를 갖춘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리더가 ‘우선사항’을 반복적으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일이다. 리더가 우선사항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주변 사람들은 일할 때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시간과 에너지, 자본이 낭비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구성원들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불필요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결국 비효율이 만연하고 불만이 쌓이며 사기는 곤두박질치는 것이다.


명확한 우선사항은 기업을 떠나 개인에 있어서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일을 벌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은 좋지만, 하는 일이 너무 많아지는 경우에는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꾸준히 오랫동안 지속해야 더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는데, 그 단계까지 가지 못하고 모두 그만두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경영 서적들을 읽다 보면 리더십에 대해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대부분 의미가 있고 인사이트를 주는 말이지만, 리더십 자체에만 집중하다 보면 목적을 잊어버리는 경우도 생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가끔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서 본질적 자아에 대해서 인식하는 시간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위해 리더십을 공부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목적을 위해 오늘 이 글을 읽게 되었나요? 


오늘은 본질적 자아의 중요성에 대한 밥 아이거 말로 글을 마무리해보겠습니다. 

브루클린의 작은 집 거실에 앉아 TV에 나오는 아네트 푸니셀로와 '미키 마우스 클럽'을 지켜보던 꼬마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손을 잡고 생애 첫 영화였던 '신데렐라'를 보며 흥분했던 꼬마가, 침대에 누워 2~3년 전에 본 '데비 크로켓'의 장면을 떠올려 보던 그 꼬마가 이만큼의 시간이 지난 지금 월트 디즈니의 유산을 관리하는 사람이 되어 있을지 누가 알았겠는가?
어쩌면 우리 대다수가 이와 유사한 삶의 여정을 밟았는지도 모른다. 지금의 내가 누구이고 어떤 상태에 이르렀든, 본질적으로 우리는 여전히 오래전 지금보다 단순했던 어느 시기의 꼬마라는 느낌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리더십의 비결 또한 그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나에게 막강한 힘이 있고 내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온 세상이 부추기더라도 본질적 자아에 대한 인식을 놓치지 않는 것이 바로 리더십의 비결이라는 얘기다. 세상이 하는 말을 지나치게 믿기 시작하는 순간, 어느 날 거울을 보며 이마에 자신의 직함이 새겨져 있는 것을 발견하는 순간, 이미 삶의 방향은 사라진 것이다. 삶의 여정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든 나는 언제나 지금까지의 나와 같은 사람이다. 이 사실은 아주 어렵지만 가장 필수적인 교훈으로 마음에 담아 두어야 한다.


이외에도 디즈니와 밥 아이거에 대해 더 알고싶다면 예전에 작성한 글도 추천드립니다.

콘텐츠 왕국 Disney에 대해 알아보자: 월트디즈니 기업분석

디즈니 vs 컴캐스트 기업 분석: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

픽사의 역사: 컴퓨터 회사에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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