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잃어버린 미모를 찾아서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는 '두발의 자유'가 없었다. 다들 시커먼 교복을 입고서 귀 밑 2센티미터를 넘지 않게 파르라니 짧게 깎은 머리를 한 채 학교를 다녔다. 자유를 갈망하는 자들에 대한 통제와 단속은 군부 독재 시절의 그것과 같이 서슬퍼랬다. 아침마다 교문 앞에서는 몽둥이를 든 선생님들이 머리길이와 용모단정 여부를 검사하셨고 그걸로도 모자라 두발 점검 시간도 무시로, 예상치 못하게 맞이해야 했던 시절. 타는 목마름으로 아무리 외쳐봐도 되찾을 수 없는 자유였다.
그런 시국에 친구 K는 매타작을 당하더라도 도저히 멋은 포기할 수 없는 남자였다. 선생님들의 매서운 감시망을 피해 가며 용케 머리를 길렀다. 빡빡머리에 가까운 스포츠머리를 한 무리 가운데서 홀로 고고히 찰랑거리는 머릿결을 자랑했으니 실로 대단한 능력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파국의 날은 왔다. 불시에 들이닥친 빡쎈 두발 단속 날이었다. K는 급한 마음에 물을 잔뜩 묻혀 머리를 뒤로 넘기고 귀를 훤히 드러나게 하는 등 소동을 피웠지만 아무 소용없었다. 애지중지 길러 온 구레나룻과 눈 아래까지 길게 내려오던 앞머리와 강제로 맞이한 생이별. 학생주임 쌤의 인정사정없는 바리깡이 본인의 정수리에 광활한 신작로를 내자 K는 서러운 눈물을 흘렸다. 사나이 울리는 건 신라면이라더니 머리만 깎아도 남자를 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머리카락 그까이꺼, 그게 대체 뭐라고.
※ 책 발간으로 인해 기 발행 글은 비공개로 전환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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