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터널을 빠져나오기 전까지는 어둠의 끝을 알 수 없다. 어쩌면 이 어둠이 영원히 끝일 수도 있다는 불안과 공포가 몰려오기도 한다. 자포자기해서 털썩 주저앉아 펑펑 울어본 사람만이 삶을 안다. 끝일 거라 생각했는데 그 일이 희망의 서막이 되기도 하고 영원할 거라 생각했는데 한순간 무너져 내리기도 하는 게 삶이다. 그래서 세상은 요지경이고 알다가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고 푸념처럼 말하는 게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인생 곡선이 있다. 내가 힘들 때는 웃는 사람만 보이고 내가 좋을 때는 힘든 사람은 안 보이고 나만 보인다. 내가 힘들 때는 신을 원망하고 내가 좋을 때는 나의 운명을 사랑한다. 그렇지만 이 세상에는 완전한 행복도 없고 완전한 불행도 없다. 개개인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누구나 각자의 어느 한 시기에 다 위기가 찾아온다.
힘들어하는 사람을 곁에서 지켜보는 일은 많이 힘들고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는 것 때문에 더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그건 지금 그 사람 인생에서 그때가 되어 찾아온 일이다. 그 사람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인데 섣부른 도움으로 오히려 실타래를 더 복잡하게 꼬이게 만드는 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가끔 기다린다는 말을 쓰는데 이 말 또한 나의 이기적인 마음일뿐이다. 기다린다는 말속에는 상대가 제자리를 찾거나 더 나아진 모습으로 변하기를 바라는 나의 기대가 담겨있기 때문에 또 다른 부담감이 된다.
그저 우리 앞에 펼쳐진 삶을 믿기로 한다. 그저 이 시기를 스스로 잘 견뎌낼 것을 믿어주기로 한다. 우리 모두는 크고 작은 고비를 무수히 넘기며 삶이 이끄는 대로 살아왔고 지금 이렇게 건재하다. 그렇기에 가슴 아파도 아프지 않다. 삶을 믿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