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용許容

by 풍경

푸른 물결

넘실대는 바다여


당신이

내게로 올 때는


어떤 모양

어떤 소리로

와도 좋습니다


날카로운

은빛 이빨도


포효하는

시퍼런 비명도

두렵지 않습니다

당신이

내게로 오는

이유를 알겠으니


나 이제

그 길목에 서서

자애慈愛로운 당신을

무심無心히 맞으렵니다


/


오랜만에 월정리 바닷가에 왔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준비를 해두고는 집을 나섰다. 연휴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월정리는 한산하다. 카페에 앉아 오가는 파도를 바라본다. 무수히 많은 날들을 이 바다 앞에 서 있었다. 울기도 했고 웃기도 했던 시간들이 스쳐 지나간다. 언제나 말없이 엄마품처럼 날 품어준 바다이다.


사실 엄마품이라 했지만 난 엄마에게 포옥 안긴 기억이 별로 없다. 엄마는 늘 어려운 집안 살림을 꾸려나가느라 잔정을 줄 여력이 없었다. 당신께서도 사느라 바빠 자식들 어릴 때 잔정을 주지 못한 것이 늘 후회가 된다는 말씀을 하셨었다. 꼭 그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나는 사람들 앞에서 마음에 없는 소리를 잘 못하고 마음속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나는 아이들을 자주 안아주려 한다. 안아줄 때 느껴지는 그 포근함이 참 좋다. 솔직한 표현으로 바꿔서 월정리 바다는 아이 품처럼 늘 따뜻하게 나를 품어줬다. 무수히 오가는 파도를 바라보았건만 오늘은 정말 아이 품 같다. 날카롭게만 느껴지던 파도가 이리 너그럽게 다가온다.


엄마처럼 늘 굳건하면서도 아이처럼 평온한 바다가 인생의 무수한 파도로 내게 오는 이유를 이제 조금씩 알아나간다. 겉으로는 냉정한 듯 내게로 왔지만 결국 무한한 바다의 온기로 쓰러지는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간 바쁘다는 핑계로 얼마간 친정에 가지 못했는데 오후에는 엄마를 보러 가야겠다. 그리고 오늘은 내가 먼저 엄마를 꼬옥 안아드려야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