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로旅路

by 풍경

지천명知天命의 세월을

이 땅에 머물며

이름 석 자 새기고

세상길을 걸어왔건만

긴 잠에서

눈을 떠보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회한悔恨의 세월은

강물처럼 무심히 흘러

여기까지 나를 이끌었건만

가던 길 멈춰서

생각해 보니

나는 어디쯤 가고 있는가

가는 곳도 모르고

어디쯤인지도 몰라

애만 태우나니

나는 누구를 의지하며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적막이 흐르는 긴 밤은

무정無情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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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말하기를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은 근원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일상은 늘 분주하게 사물을 보고 들으면서 분별하고 해석해야 하며 해야 할 일들로 머리가 복잡하지만 여행은 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마음 편안하게 보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여행지에서 만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행복해 보인다.

우리의 삶이 여행이라면 지금 내 눈앞에 펼쳐진 삶을 좀 더 여유롭게 바라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이 하나둘 삶 속으로 들어오지 않을까 싶다. 아침에 눈 뜨면 이미 완벽하게 펼쳐진 세상이 있고, 눈부신 햇살은 어서 일어나 새날을 맞이하라며 반겨준다. 그러고 보면 삶의 매 순간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늘 이 순간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라 생각된다. 삶의 무수한 인연이 오고 가는 지금 이 자리에 그저 성성하게 깨어 인연의 도리를 다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 삶의 목적지요 종착지가 아닐까 싶다.

[ 사진 출처 : pixabay ]


# 여로旅路 / 2021. 11. 18.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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