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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Mar 23. 2022

동행자

보랏빛 영혼으로 물든

삶의 들길을 나란히

걷는 이가 있었으면 좋겠다   

   

수천 리 떨어져도

존재의 호흡이 느껴지고

바람결에 흔들리는

미세한 시선조차 놓치지 않는

또 하나의 눈빛이 감지될 때

너와 나는 교감할 지어니  

    

삶의 들길을 따라

두 손 맞잡고

정겹게 걸어가는 뒷모습을

아련히 그려본다   

   

푸른 언덕 너머

맑은 영혼의 바람 소리

저 멀리서 들려올 때쯤

나의 가슴은 붉게 설레리니  

    

오늘 밤도

푸른빛 넘실대는

바다 앞에서 너를 기다린다     


/     


문필가와 학자로서 명성이 자자했던 '이 시대의 지성' 故 이어령 교수는 10여 년 전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은 실패한 삶을 살았다고 말했다. 그 첫 번째로 꼽은 이유는 동행자가 없다는 것이었다. 늘 혼자 자기만의 그림자를 보면서 숨차게 달려온 시간이었으며 한때 동행자라 여겼던 사람들은 결국 경쟁자였으며 가족 같이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동행자가 없었던 이유로 자기 자신을 들었다. 무엇보다 훌륭한 가족과 친구가 있었지만 진정한 동행자로 맞이하여 함께 걷고 믿고 사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사랑 결핍증'이 있었다고 하면서 남들이 말하는 성공한 인생길에서 배신의 경험이 너무 많아서 사랑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마음을 주는 사람이 다가오면 그 기억이 늘 사람을 밀어내게 했고 진심으로 사랑을 줘 본 적이 없으니 받지도 못했다고 한다.     


'동행자가 없다는 것은 곧 사랑에 실패한 것'이라는 그의 말이 지난날의 나를 돌아보게 한다. 진정한 동행에는 사랑이 전제되어야 하며 먼저 마음을 여는 깊은 신뢰가 근간이 되어야 함을 새삼 느낀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되묻는다.

'지금 평생을 지탱해줄 동행자가 있는가? 이성이건 동성이건 그마저 뛰어넘는 존재이건...'


# 동행자 / 2022. 3. 23. punggyeong





봄의 정령


깨어나라

봄의 정령이여


숲은

희망의 찬가로

봄을 열고


꽃들은

의기양양

울긋불긋하니


얼어붙은

봄의 정령이여


긴 잠에서 깨어나

그대의 봄을 맞으라


/


꽃이 활짝 피어야만 온 산에 봄이 드는 것은 아니다. 이미 제 몫을 다하여 하나둘 낙하하는 꽃잎들, 그곁에서 세상과의 조우를 위해 기지개를 켜는 여린 생명의 눈꽃들.. 어린 아이들의 함박꽃 미소와 두 손 꼭 쥔 노부부의 버팀목에서도 봄은 피어나고 있다. 생명이 있는 모든 것에는 봄의 세포가 저장되어 있으니 조급해 할 필요없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음을 알아 저마다의 느긋한 봄을 맞으라. (2020. 3. 23. Face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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