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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Apr 15. 2022

바람이 분다

바람은 왜 저리 

서럽게 부는가 


나뭇가지는 

덩달아 휘청거리고

 

꽃잎은 우수수 

이별을 토해낸다

 

흔들려도

혼란스러워도

내게로 온 일이다

내게로 와야만 할 일이다

 

창밖은 

저리도 분주하건만

유리창 안에서 

바라본 세상은 고요할 뿐

 

바람은 그저 부는 것이고

나뭇가지는 그저 흔들리는 것이며

꽃잎은 그저 흩날리는 것이다

 


바람이 분다. 봄바람이라 하기엔 온순하지 않다. 다소 탁하고 거칠다. 한라산 뷰(view)를 포기하지 못해서 교무실 같은 자리에 3년째 붙박이로 지낸다. 지난해까지는 창가에 서거나 의자에 앉아서 설핏설핏 눈맞춤을 했는데 올해는 대놓고 책상 위에 앉아서 창밖을 내다본다. 눈높이가 맞고 풍경이 한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우리는 늘 고요가 되어 만난다. 그때마다 복잡한 심경도 사라지고 마음은 평온하다. 세상 밖 일들은 그야말로 무음無音이다. 감정의 동요가 가라앉고 평정의 자리로 돌아간다.


바람이 분들 나뭇가지가 휘청거린들 지금 벌어진 일이 진리요, 지금 이 순간이 진리다. 어떠한 해석이나 판단은 다 거짓이다. 고요만이 전부일뿐. 그러니 흔들려도 괜찮고 혼란스러워도 괜찮다.

이소라/바람이 분다

https://www.youtube.com/watch?v=mRWxGCDBRNY

# 바람이 분다 / 2022. 4. 15.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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