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날에는
시를 쓴다
시를 쓰는 날은
내가 없다
빈 찻잔 속에
마음을 담아 우리면
맑은 연록軟綠의 시가 된다
하지만
삶이 되지 못한 시는
향기 없이 삶을 겉돌고
긴 밤의 시간을 되돌아와
다향茶香의 삶이 되려
다시 시를 쓴다
오늘도
무딘 시를 쓰며
삶을 다듬는다
/
오빠가 떠난 후 얼마간 시詩를 쓰지 않았다. 입에 발린 소리만 잔뜩 늘어놓은 글이 위선으로 느껴졌다. 겉만 화려한 조화造花처럼 삶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시詩를 쓰는 일이 삶과 글이 하나가 되기 위한 길이다, 찬찬히 삶 속에서 실천하면 된다’는 애정 어린 내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서 삶이 시詩요, 시詩가 삶이 되기 위해 오늘도 무딘 시를 다시 쓰고 있다.
# 삶이 되는 길 / 2022. 4. 23.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