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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경 Jun 03. 2022

삼십 년 전

오래 전에 묻었습니다

가슴에 묻었습니다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흘러

삶은 늘 안온한 듯했지만  

   

가슴은 

육중한 바위에 짓눌려 

숨이 가쁘고 답답했습니다 

    

이제야 알았습니다  

   

삼십 년 전 

그날 묻은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불안의 씨앗은

무심한 세월을 틈타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삶 속에 교묘히 스며들어

나를 집어삼킬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     


사람은 누구나 과거 어느 한때 큰 충격을 받았거나 고통스러웠던 상처를 하나쯤은 갖고 있다. 고통스러운 경험의 강도가 클수록 삶에 미치는 영향력은 지대하다. 이때 경험은 하나의 규범이 되어 삶을 완벽하게 통제하기도 한다. 우리는 ‘나’에 대해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고 자신만의 견고한 성안에 갇혀 평생을 완고한 제후로 살아간다. 하지만 성 밖에는 새들이 날아와 꽃들과 춤을 추며 따사로운 봄날의 자유가 한껏 펼쳐지고 있는데 제후만이 겨울성에 갇혀 봄 햇살이 내리쬐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다.  


# 삼십 년 전 / 2022. 6. 3.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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