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분다
봄바람에
여린 네 마음이 또
흔들리는 모양이다
이제 바람만 불어도
네 옹이가
다시 살갗을 뚫고
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제대로 된
신음소리 한번
내지르지 못했을
무수한 밤들 앞에서
너는 또 얼마나
많은 눈물을 삼켜야 했느냐
괜찮다
지난겨울을
잘 견뎌낸 나무들이
아름다운 꽃망울을 터뜨리듯
거친 옹이들이
하나둘씩 툭툭
불거져 나올 때마다
가슴에 단 훈장처럼
삶은 네 자랑이 될지어니
더는
어느 바람결에
허리 숙여 휘청거려도
가슴 아파하지 마라
더는
비바람이 서둘러
네 곁을 떠나가기를
바라지 마라
더는
비바람이 너만
피해 가기를
기도하지도 마라
흔들려도 더
단단히 뿌리내려
바람을 거뜬히 이끄는
네가 되기를 기도하나니
흔들려도 괜찮다
네 이름 석 자 곱게 피어나
봄날의 주인공 될 것을
이 봄은 늘 네게 말하고 있다
어김없이 숲에도 봄은 찾아들었다. 온갖 새들이 자기 기량을 뽐내느라 소란스럽기 그지없고 대지를 뚫고 피어난 울긋불긋 꽃들은 싱그러운 미소로 손짓한다. 만물이 생동한다는 표현을 몸으로 실감한다. 지난겨울의 노고 끝에 봄은 이렇게 생기를 되찾았다.
삶도 겨울이라는 견고함이 단단히 뒷받침되어야 생기 있는 봄을 맞이할 수 있고 그 힘으로 다시 더위를 견디며 성숙한 가을을 맞게 되는 것을 배운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아이 앞에 닥친 바람을 피하게 하거나 아니면 빨리 지나가기만을 바랐었다. 하지만 정말 아이를 위한다면 그 바람을 의연하게 바라보며 아이 스스로 견딜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게 부모의 역할인 듯하다.
누군가에게 '지켜본다는 것'은 가장 힘들이지 않는 쉬운 일이거나 무관심한 것에 대한 합리화의 표현으로 들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켜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서서 애쓰는 것보다 몇 배의 더 큰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예기치 않은 결과에 대한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런데도 지켜보는 것이 한 사람의 올바른 성장과 성숙을 위한 길임을 믿는다.
늦게 피는 꽃이 향기가 짙고 오래도록 피어 멀리 향기가 퍼지듯이 삶의 겨울은 제대로 된 자신만의 길을 가는데 꼭 거쳐야 할 관문이다. 서둘러 온실 속에서 화초를 키우려 하지 말고 비바람과 폭설에 내놓아져도 스스로 자라도록 지켜보는 사랑은 결국 부모도 뒤늦게 꽃을 피우게 한다. 겉으로 화려하게 활짝 피어야만 꽃이 아니다. 단단한 뿌리를 내린다면 어느 곳이든 어떤 모양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흔들려도 괜찮다. 봄은 늘 그 자리에서 누구든 맞을 준비를 하고 있을 테니까..
# 흔들려도 괜찮다 / 2021. 3. 18.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