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사는 아파트 앞 동 화단에는 오래전부터 목련 나무 몇 그루가 심겨 있었다. 이 집에 이사 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으니 목련은 그 나이를 좀 더 넘겼을 것이다. 그간 목련은 봄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 꽃봉오리를 함빡 다물 무렵이면 나는 '곧 봄이 오겠구나'라고 자연스럽게 읊조렸다. 목련이 점점 살이 오르는 모습을 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봄은 찾아들었다. 아침에 볼 때는 분명 입을 함초롬히 다물고 있었건만 낮 한때를 넘기니 벌써 세상 구경을 나섰다. 왜 이다지도 마음이 조급한 걸까.
다른 동에 있는 목련보다 유독 앞 동 모퉁이에 목련이 항상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햇볕이 가장 잘 내리쬐서 그만큼 빨리 피는 것은 당연한 이치나 보는 이는 아쉽기만 하다. 목련은 유독 꽃 피는 기간이 짧아서 앞 동의 목련이 서둘러지고 나면 나는 다른 동을 배회하며 목련이 모두 질 때까지 서성거린다. 그리고 목련이 하나둘 모두 지면 그때서야 마음에서 목련을 떠나보낸다. 봄을 알리는 꽃이면서도 희망보다 슬픔이 더 서리는 건 무슨 연유일까. 마치 우리의 삶이 하나둘 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까. 백목련의 꽃말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더니 어찌도 이리 적절하게 표현했는지 감탄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