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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닮은 봄

by 풍경

앙증맞은

꽃사과의

연분홍 입술처럼


야무진

당매자의

노오란 낯빛처럼


고운 향기를

머금은

꽃 닮은 봄


한 발 두 발

살포시

다가서서


배시시

미소 짓는

순박한 내 마음




한라수목원 꽃사과 나무


꽃사과나무 이름처럼 상큼하고 앙증맞은 꽃잎들이 한동안 발길을 붙잡는다. 나도 한번 봐 달라고 보채는 어린아이 같다. 맞은편 당매자 나무에 시선이 간다. 짙은 자줏빛 이파리들 사이에 자그맣게 노오란 꽃잎을 펼쳤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으면 모를 정도로 수줍음이 많아 이파리 속에 제 몸을 감췄다.




한라수목원 당매자 나무


꽃들도 사람처럼 먼저 말을 거는 아이도 있고 조용한 아이도 있다. 식물, 동물로 구분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다 같은 삶을 사는 듯하다. 나는 톡톡 뛰는 예쁘장한 꽃사과보다 수줍음 많고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는 당매자가 더 눈에 들어온다.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기에...





# 꽃 닮은 봄 / 2021. 3. 28.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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