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by 풍경

소리 없는

밤의 울부짖음이


서글픈 선율을 따라

온 대지를 적신다


봄비임에도

육중한 밤의 무게가

가슴에 내려앉으니


추억을 그리고

사연을 새기다가

애수哀愁에 목메인다


긴 밤 부여잡고

가슴 함빡 적시려면


연분홍 손수건 고이 접어

기꺼이 나를 맞으라


/


낮부터 텁텁한 바람이 불어 점점 기분이 가라앉더니 어둠이 내려앉자 스르륵 톡톡 비가 내린다. 대지에 흩뿌리는 단비로 도심 곳곳에 엎드려 있던 나무와 풀들도 생생하게 살아난다.

밤비라서 그런가. 내리는 비를 낮에는 눈으로 본다면 밤에는 귀로 듣는다. 귀로 들으니 비가 더 잘 보인다. 어둠 속에서 토도독 떨어지는 소리가 정겹다. 땅바닥을 치는 소리, 유리창 때리는 소리가 곡조를 타고 흐르며 밤의 세레나데를 연주하니 가슴에서는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사연 속 사람들이 그리워지고 다시 못 올 시간들인 것 같아 목멘다.

맑고 고왔던 시간의 실타래를 하나둘 술술 풀어헤치듯 긴 밤의 사연을 풀어내려면 연분홍 순정을 닦아낼 손수건 한 장 필요하다. 그렇게 비워낸 밤의 사연들은 또 머지않아 다른 그 무엇으로 채워지겠지. 오늘도 비우고 채우며 하루를 마감한다.



# 밤비 / 2021. 4. 30. punggyeong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