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너의 마음은 어땠을까
절룩거리는 나를 보며
‘제발 똑바로 걸어라’
안절부절못했을까
고개 숙인 나를 보며
‘제발 똑바로 쳐다봐라’
다그쳤을까
그저 내 발자국이
이리저리 흩어져도
어떻게든 줄기차게
제 길 가는 모습을
지켜봤을 뿐이다
발목이 삐끗하고
돌부리에 자빠져도
어떻게든 뚜벅뚜벅
제 길 가는 모습에
안도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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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수업 중 ‘어머니의 사랑’과 관련된 영상을 찾다가 지난해 방영했던 “눈이 부시게”의 일부를 보여주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저는 어린 아들에게 냉담하게 대하면서도 주변 이웃에게는 나긋한 목소리로 응대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오자 아이들은 자신의 경험이 떠올랐는지 엄마들은 다 저런다며 웅성거렸다. 겨우내 산꼭대기 집 앞부터 등굣길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눈을 쓸어준 사람이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아들은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이미 어머니는 치매에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들이 말을 한다.
“아들은 몰라요, 그거.”
어머니는 대답한다.
“몰라도 돼요, 우리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 돼요.”
영상이 끝나갈 무렵 몇 명의 여학생들은 눈물을 펑펑 흘렸다. 그러나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린 아들에게 냉담하게 대했던 어머니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조곤조곤 설명을 해주니 그제야 아! 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아마도 진심으로 이해하지는 못했으리라. 80세 중반의 나의 어머니도 그 나이가 되어서야 할머니 마음을 알겠다고 했다. 나 또한 어머니 자리에 있기 전까지는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제 겨우 조금씩 그 나이만큼 알아가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를 줄기차게 바라보는 일에는 두 가지 갖춰야 할 일이 있으니 하나는 긴 침묵이요, 다른 하나는 한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버럭 화를 내거나 지나치게 감정이입이 되지 않도록 중심을 바로 잡는 것이다. 이럴 때 표면에 집착하여 사람이나 상황을 판단하지 말고 이면에 담긴 진짜 의미를 바로 보는 눈이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알면서도 가장 행하기 어려운 일이니 늘 다 벌어지고 나서야 뒤늦게 찾아드는 이 어리석음을 어찌하면 좋을까. 오늘 하루 동안 소모한 나의 언어와 행동을 살핀다. 그리고 오늘 하루 내가 놓친 진실을 되짚고 내가 저지른 어리석음을 반성한다.
# 이면裏面 / 2021. 5. 5.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