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스쳐 지나는 무수한 인연들 중에는 선연도 있고 악연도 있다. 또한 희유의 인연도 있다. 특히 나를 이끌어주는 인연은 서로가 만나는 접점에서 상대의 모든 것을 공유한다. 둘은 서로의 강렬한 신호를 느낀다. 돌이켜보면 사제의 연도 자신의 본성이 맞닿는 연과 만나는 일이 아닐까 싶다. 그것이 문학이나 음악, 미술 등의 다양한 방편으로 드러나 보일 뿐 본질적으로는 본성의 교감이자 교류에 대한 강렬한 끌림이 우주적인 에너지에 의해 결국 필연으로 맺어지는 거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학급 아이들과 글쓰기를 하고 있다. 주제를 정해주면 아이들은 글을 쓰고 나는 그 글에 댓글을 달아주고 있는데 요즘 유독 끌리는 친구가 있다. 14살 어린 여중생으로만 보기에는 어른 못지않게 글에 깊이가 담겨 있다. 지난번 주제는 '내게 하루만 주어진다면 무엇을 할까'였는데 여느 아이들과 달리 바다에 가고 싶다고 했다. 특히 바다는 자신이 굳이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되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 있기에 하루의 마지막은 바다와 함께하고 싶다는 글을 읽고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우리는 글 속에서 강하게 끌리는 무언가를 느끼며 눈빛으로, 마음빛으로 교감 중이다. 나 또한 스승님과의 인연이 이런 강렬한 끌림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알기에 이 인연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