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因이 연緣을 찾고 연緣이 인因을 부르니 하늘 아래 넓은 땅에서 서로의 신호가 강렬하게 맞닿았다
당신의 견고한 육신肉身이 피안彼岸을 향한 다리가 되어 기꺼이 짓밟고 건너가기를 허許하노니
서쪽 하늘에서 한줄기 여명黎明이 찾아들어 무명無明을 서서히 걷어낸다
피안彼岸이 멀지 않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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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사제의 인연이 빛나는 스승의 날이다. 불가(佛家)에서는 스승과 제자를 일만 겁 인연이라고 한다. 특히 사제지간(師弟之間)의 인연은 억지로 맺어지는 게 아니라 전생의 공덕(功德)이 매우 큰 인연이라 한다. 나 또한스승님을 만나 한량없는 가르침을 전수받았다. 이 가르침이 헛되지 않도록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때로는 내가 중간자가 되어 스승님의 가르침이 아이들에게 전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내 목소리는 스승님을 닮아간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스승의 하늘과 같은 은혜에 보답하는 길은 삶으로 여실히 보여주는 일이라 생각된다. 지언행(知言行)이 일치되어 나의 삶을 맑게 가꾸고 더불어 나와 인연이 된 모든 이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도록 향기롭게 살아가는 것이 제자가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토요일임에도 제자들에게 연락이 온다. 연령대도 다양하다. 어찌 보면 1년이라는 짧은 인연을 기억하여 내게 먼저 연락하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한수 배운다. 아무것도 해준 게 없는데 스스로 고맙다고 느끼는 그 마음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런 아이들은 어디에 있든 누구에게나 고마움을 느끼는 어른으로 자랄 것이다.
세상 모든 인연은 다 내게 도움이 되기 위해 오가는 필연이라 했다. 순행이든 역행이든 그 인연으로 인해 삶을 제대로 알아가고 존재의 가치를 깨닫는다면 고통도 기쁨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고 어디에도 걸림 없이 보다 자유자재한 삶을 살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