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풍淸風

by 풍경

밤의 정기가
어둠을 헤치고
고요히 내려앉으니

어디선가
청풍淸風의 향기가
파랗게 밀려오고

바람의 선율이
코끝을 스치며
저 멀리 달아날 제

그리움 좇는
잎새들의 손짓에
나도 따라 손을 흔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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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내내 한여름처럼 푹푹 찌는 더위였는데 드디어 이른 아침부터 시원하게 비가 쏟아졌다. 더위가 한풀 꺾이기를 고대했건만 집안은 여전히 습하고 후덥지근하다. 제습기를 틀어도 얼마 안 되어 삑삑 신호를 보낸다. 어디서 저렇게 많은 물이 생겼는지 신기할 정도다. 며칠 간의 더위를 끌어내리는데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한 모양이다.

밤이 되어도 집안은 여전하여 잠시 밖에 나갔다. 한두 방울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가 정겹고 밤바람이 맑고 시원하다. 바람결에 피부를 살짝 스치는 서늘함이 기분을 좋게 한다. 바람의 꼬리가 길게 늘어질 때쯤 나뭇잎들이 살랑살랑 흔들댄다.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바람을 좇는 듯하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든다. 그리움이 피어나는 밤바람 때문에 한동안 밖을 서성거렸다.

# 청풍淸風 / 2021. 05. 16.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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