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숲길을 걸을 때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었었다.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보폭을 빠르게 하여 단숨에 숲길을 걷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나 스승님을 만나면서부터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스승님께서는 자연의 이치를 많이 역설하셨고 인간의 최종 목적지요 삶의 스승은 자연이니 자연 속에서 홀로 자신을 살피는 시간을 많이 가지라고 하셨다.
그 이후로 숲 입구에 들어서면 이어폰과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숲길을 걸으며 숲과 하나가 되고자 하였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느끼며 걷고 새소리가 들려오면 소리를 따라가서 귀 기울이고 비가 오면 빗소리를 따라갔다. 오래된 소나무의 거친 기둥을 살며시 만져도 보고 허리 숙여 키 작은 들꽃들을 바라보는 일들이 소소한 행복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사계절을 걷다 보니 숲은 계속 순환하면서 성장하고 있으며, 사계절의 변화가 있기는 하지만 어느 한 계절도 도드라지지 않고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며 조화와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도 숲길을 걸으며 자연이 인간의 스승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다.
흔히 눈을 마음의 창이라고 말한다. 사물을 인식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이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것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눈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든 자아의식이 반영되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은 대로 판단한다.
그리하여 개인의 가치판단 기준에 따라 마음에 들면 집착하고 욕심을 부리며, 마음에 안 들거나 싫어하면 눈은 그 대상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부정적 편견을 갖게 된다. 무엇을 보느냐는 개인의 취향이지만 바른 안목을 통해 가치를 따르면 세상은 살만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