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맡김

by 풍경

흘러가라

그곳이 어디든
어디로 이끌든

두려워하지 말고
흘러가라

괜찮다
그곳이 어디든
어디로 이끌든

결국은
고요히
흘러갈 뿐이니

가다가
돌부리에 걸리면
움칫거릴 수 있어도

흐름이
이끄는 대로
흘러가면 될 뿐이다

삶은
우리를 끌어안고
여여히
흐르고 있으니

아무 의심 없이
온전히 내맡기고
그저 흘러가라

/

어릴 때 살던 집 근처에는 바다가 있었다. 옥상에 올라만 가도 한눈에 보일 정도로 가까웠다. 오빠는 여름만 되면 바닷가에 가서 노느라 늘 까맣게 그을린 얼굴이었다. 반면 나는 밀가루를 뒤집어쓴 것처럼 허옇다 못해 창백했다.

어느 해 뜨거운 여름날, 바닷가에 애들끼리만 놀러 갔다가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그리 멀리 가지 않았는데도 물이 들고 나는 것을 몰라서 한참을 놀다가 집에 가려고 보니 물이 훌쩍 키를 넘어섰다. 겁을 잔뜩 먹고 튜브에 의지한 채 어설픈 개구리처럼 살살 두 발을 휘저으며 가는 중에 튜브 주인이 나타나서 확 낚아채고 가버렸다.

그 순간 극도의 공포심과 함께 허우적대다가 꼬르륵 바다 밑바닥까지 내려갔다. 그때 어린 나이였음에도 이제 죽는구나 생각했다. 몸에 힘이 다 빠지자 서서히 물 위로 몸이 떠올랐고 오빠가 나를 끌어내어 뭍으로 데려왔다. 나중에 보니 내가 서 있던 주변만 깊고 그곳만 벗어나니 허리 정도의 깊이였다. 그날의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수영을 배우러 다닐 때 허리 이상만 넘어가면 몸이 경직되고 공포심이 올라와서 결국 그만두었다. 생각해보면 그때 힘을 빼지 않고 두려움에 갇혀 계속 파닥거렸으면 위험에 처했을 수 있었다.

삶도 이와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생존경쟁 속에 내몰려 서로에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며 스스로 수많은 당위성에 매몰되어 잔뜩 힘주고 사는 삶은 늘 불안과 불면의 시간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듯하다. 어릴 때부터 쌓아온 지식과 관습 등의 사회화 학습이 정말로 삶의 안정과 성공을 가져다주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혹시 정형화된 틀에 길들여져 안정이라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지금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면 삶을 믿고 삶에 나를 내맡겨 보자. 잘하려 애쓰지도 말고 남과 비교하면서 나를 경멸하지도 말며 나만의 방향을 향해 나의 속도로 천천히 가보자. 바다에 몸을 맡기듯이 삶에 온전히 나를 내맡기자. 마음이 바다처럼 넓어지고 평온해짐을 느끼고 평화가 찾아들 것이다. 아직 내맡길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가장 믿을 만한 누군가를 떠올리며 그 존재에게 온전히 의지해 보라. 그 사람이 절대자이건 부모, 스승, 친구이건 어느 누구여도 좋다. 그 목소리가 당신의 삶을 이끌 것이다.


# 내맡김 / 2021. 5. 23.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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