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화滿月華

by 풍경

보이지 않는

생명生命의 흐름이

밤하늘을 물들인다


공중을 떠도는

월영月影따라

진리의 생명수를

잠잠히 채우니


밤의 파수꾼이

어둠을 내몰고

광명光明의 꽃을 피워냈다


밤의 베일을 벗은

한 송이의 월화月華가


텅 빈 하늘에서

우주의 춤을 추니


생명의 환희가

온 세상을 밝게 적신다


/


요가를 끝낸 후 근처 마트에서 장을 잔뜩 보고 집으로 가는데 가로등 불빛에 보름달이 걸렸다. 평소보다 유독 달이 크고 둥글어서 슬쩍슬쩍 쳐다보며 걷다가 집 근처에 다다르니 고층 아파트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 순간 무슨 마음이 발동했던 것일까. 양손에 바리바리 장을 본 물건을 들고 달을 찾아 헤맸다. 잠깐, 아주 잠깐 마음속 누군가가 냉동식품이 녹을 수 있다고 떠들기는 했지만 무시하고 숨바꼭질 놀이하는 술래가 되어 보름달의 행방을 쫓았다. 아파트를 배회하며 남쪽으로 몇 개의 동을 거슬러 올라가니 단지 내 공원이 나타났다. 그곳에 둥근달이 배시시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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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벤치에 앉아 한참 동안 보름달을 쳐다봤다. 보이지 않는 밤의 정기가 은은히 흐르고 사위는 고요한 가운데 아련히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둥근달은 서서히 내 가슴에도 떠올랐다. 보름달을 바라보니 말이 없으면서도 고결한 기품이 느껴진다. 세상 어디든 아니 비추는데 없이 만고에 평등과 자비를 실천하는 진리의 상징답다. 비우고 채우며 무명의 세상을 밝히는 보름달을 보니 내 가슴이 꿈틀거렸다. 살아있음이다. 환희이다.


# 만월화滿月華 / 2021. 5. 24.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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