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淸音

by 풍경

여명이 밝아오면

지줄대는 새소리로

하루가 열리고


서녘 하늘에

지는 저녁놀은

하루를 붉게 단장한다


부서지는 햇살,

나부끼는 바람,

흩날리는 꽃잎...


맑은 영혼의 소리가

가슴에 고이

사분사분 내려앉는다


바닥을 뒹구는

빛바랜 이파리에도


영혼의 소리는

오롯이 담겨있나니


영혼에는

생사生死가 없고

거죽의 나이도 없다


/


모든 존재는 자신의 영혼을 드러내는 소리가 있는 듯하다. 하루의 시작을 여는 새들의 지줄대는 소리가 그렇고 부서지는 햇살과 나부끼는 바람, 흩날리는 꽃잎들도 온 존재를 실어 맑은 소리를 낸다. 사람 또한 자신의 영혼을 드러내는 목소리가 있다. 어떤 내용을 담느냐에 따라 누군가의 영혼을 맑게 이끌 수도 있고 누군가의 삶에 위안과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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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대학 때 교수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송구스럽게도 늘 먼저 안부 전화를 해주신다. 이번에도 제주가 코로나 2단계로 격상됐다는 뉴스를 보고 걱정돼서 먼저 전화를 하신 거였다. 어린아이에게 말하듯이 방역 준수 잘해라 하시면서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자주 교체하라는 말씀을 하실 때에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가 늘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말끝에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말씀을 하셨다.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 10명 이내가 되면 내 꼭, 강 선생 보러 제주 갈란다.”


지금 내 앞에 펼쳐진 세계의 주인은 나다. 그리고 이 세계 안에 있는 모든 존재는 자신만의 소리를 낸다. 자연은 자신만의 소리로 삶의 진리를 끊임없이 인간에게 들려주고 인간 또한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목소리에 영혼을 담아 진심을 전한다. 목소리는 모양이 없지만 목소리를 통해 진심을 볼 수 있고 환한 미소는 소리가 없지만 미소를 통해 진리를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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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영혼을 지니고 있다. 영혼에는 생과 사가 없으며 거죽처럼 늙거나 병들지도 않는다. 우리 본래의 영혼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지만 불생불멸하며 늘 그 자리에서 고요한 모습으로 맑은 소리를 내고 있다.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라. 그리고 나를 스친 무수한 영혼들의 속삭임을 떠올려보라. 나는 얼마나 마음을 열고 어느 만큼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까. 나는 또 얼마나 마음을 열고 어느 만큼 맑은 소리를 내었을까...


# 청음淸音 / 2021. 6. 3.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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