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살 수 있다면?

by 풍경

이번 주제를 정해놓고는 다소 무거운 주제인가 살짝 고민했다. 하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담박하게 글을 써 내려갔다. 친구들이랑 맛있는 걸 먹으면서 신나게 놀겠다는 아이들다운 표현도 있었고 때로는 진지하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거나 가족을 위해 시간을 쓰겠다는 표현도 있어서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의젓한 모습들도 엿볼 수 있었다.


그중 유독 내 눈길을 끈 것은 바다에 가고 싶다고 한 친구였다. 나 또한 하루의 절반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얼마 안 남은 마지막 시간은 바다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특히 그 친구가 바다에 가고 싶은 이유를 표현한 문구는 한동안 내 마음을 맴돌았다. 내가 바다를 좋아하고 바다에 가는 이유가 바로 이거였구나 싶을 정도의 강렬한 표현이 내 가슴에 훅 들어왔기 때문이다.


“내가 바다 앞에서 날 증명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등바등 애쓰지 않아도 되니까.”

바다를 바라보는 꼬마 작가의 예리한 눈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이 아이들의 미래를 미리 당겨서 보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다.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이 맑은 영혼들의 미래를 엿보는 일이 새삼 설레고 떨린다.



소도리샘의 베롱베롱 이야기

“ 내가 하루만 살 수 있다면 전국 투어를 하며 사고 싶은 것 다 사고, 먹고 싶은 건 다 먹을 것이다. 왜냐면 전국 투어는 원래 하고 싶었고 하루밖에 못 사는데 돈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사고 싶은 거, 먹고 싶은 거 몽땅 사버릴 것이다.”
“살 수 있는 날이 하루라면 내가 소중히 했던 사람들과 모두 함께 놀러 가고 싶다. 우리 주변에 항상 있던 곳에 가거나 제일 행복했던 기억이 남았던 곳에 가고 싶다. 왜냐하면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곳을 하루만 본다고 한다면 그곳이 처음이자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가서 다 같이 못 했던 일, 해주고 싶었던 말, 고맙고 미안했던 말도 하고 서로 안아보고 손도 잡고 싶다.”
“나는 할머니랑 시내를 놀러 다니겠다. 평소에 못 보니까 마지막이라도 같이 보내고 싶어서이다.”
“... 마지막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편지를 쓸 것 같다. 내가 이제까지 해보고 싶었던 것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한 마디로 그 하루를 소확행으로 채우고 싶다(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굉장히 평범해 보일 수 있어도 난 내 마지막 하루를 그리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내가 항상 하는 일을 더 열심히 할 것이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상쾌하게 일어나고 학교에 가서도 수업시간 내내 집중하고 쉬는 시간에는 열~심히 놀고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또 열심히 놀고 학원에서 열심히 공부하며 저녁 식사를 완벽하게 먹고 깨끗이 씻고 행복하게 잠자리에 들 거다.(평상시에도 행복하니까~!)
“나는 그냥 친구들과 낮에 시간을 보낸 뒤 엄마, 아빠와 같이 집에서 안고 있으면서 좋은 얘기 도란도란 나누며 하루를 보내고 싶다. 친구들과는 그냥 집 근처에서 여태까지 못 해봤던 것들을 다해보고 놀이터에서 놀다가 잔디밭에서 하늘을 보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싶다.”
“놀 거다. 내가 하루 동안 놀지 못한 양까지 자 놀아줄 거다. 엄마, 아빠와 시간을 보내고 친구들하고도 시간을 보낼 거다. 그리고 엄마, 아빠에게 해주지 못한 것들을 해줄 거다(효도). 그리고 안녕, 인사하고 떠날 거다.”
“사진을 찍고 싶다. 내가 살면서 가본 곳 중 가장 나에게 의미 있고 기억에 남는 장소 세 군데에 가서 사진을 찍을 것이다. 세 장 속의 사진 속에 내 추억과 내가 살아왔던 지난 시간들이 다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