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진리가 아니라 진리를 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다. 그런데 자신의 안위를 위해 말을 이용하는 사람이 있다. 진심이 담겨있지 않은 거친 웃음과 지나치게 반질거리는 말은 거북스럽다. 교언영색巧言令色은 그 안에 순수한 영혼이 숨 쉬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유려한 말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과 가까이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내게로 올 때는 그 영혼까지 오는 법이다. 내가 화려한 조화보다 수수한 들꽃을 좋아하는 이유다.
교직에 오래 있다 보니 아이들의 얼굴에서 미세한 변화를 감지한다. 최근 학급에 한 아이가 사춘기를 심하게 앓고 있다. 자꾸 틀 밖으로 벗어나기 위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아이의 낯빛이 수시로 변하고 있음을 느낀다. 어떤 날은 해맑게 미소 짓다가도 어떤 날은 눈빛이 탁하다. 그런 날은 꼭 말투가 삐딱하거나 일탈하는 일들이 생긴다.
맑은 눈을 가지라 했는데, 잎새가 조금씩은 흔들려도 뿌리까지 뒤흔들지는 말자고 했는데.. 어른의 눈으로 내가 너무 조급한 마음을 내는 건가... 저 아이는 조금씩 흔들리며 버티는 법을 배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은 것 하나를 보고 다 본 것처럼 생각하지 말자. 음흉한 마음을 비우고 처음 만난 그날처럼 다시 아이에게 다가가자... 나부터 맑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