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의 숲에는
모든 것이
정지되어 있다
꿈도 사랑도
고통도 좌절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감五感의 숲에는
모든 것에
이름이 없으며
해설가도
비평가도 없다
오직 연주자만이
숲을 이끄니
오감의 숲에는
본성本性만이 흐른다
무심無心의 선율과
자유自由의 행선行禪 따라
유유히 흐른다
/
늘 느끼는 것이지만 비 개인 숲은 유화처럼 묵직하고 깊이가 있다. 이런 날은 미술관에 온 기분이다. 나무들의 수피에 새겨진 깊은 문양과 잎새들의 손끝에 매달린 옥구슬하며 들꽃들의 수수한 손짓들 하나하나.. 시선 닿는 것은 모두가 예술 작품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오늘 숲 아래쪽에서는 음악회가 열렸다. 온갖 새들의 불규칙한 독창과 떼창, 연못가에서 맹맹거리는 맹꽁이와 그릉그릉 이름 모를 물가 생물들 소리로 귀가 이리 쫑긋 저리 찡긋 소리를 따라가기 바빴다. 그 와중에 대지의 기운을 뚫고 올라오는 짙은 흙냄새는 물론 나무와 꽃에서 피어나는 쌉싸름하고 달큼한 향기로 코마저 야릇했다. 게다가 그 틈을 이용해 개미들이 살금살금 팔뚝까지 진출하다가 내 눈과 촉감에 딱 걸렸다.
아, 이제 오감 중 미각만 남았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는 길에 콧등에 빗방울이 뚝! 입술에도 한 방울 뚝! 에라 모르겠다. 혓바닥으로 스윽 짭조름한 비 맛을 음미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오감이 모두 발동하여 정신 사나운 듯하면도 숲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흔치 않은 종합 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아 어린아이 마냥 즐겁고 행복한 숲 나들이었다. 특히 어떤 생각도 일어나지 않아 내 안의 부처를 확인하기에 딱 좋은 시간이었다. 오늘 행사에 참여해준 숲 속 친구들, 덕분에 행복했어. 고마워~ ♡♡
# 오감五感의 숲 / 2021. 6. 12. punggye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