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문득'이라는 단어가 종일 머릿속을 맴돌았다. 아마도 수업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본 영상 때문인 듯하다. 소설을 어떻게 쉽게 가르쳐볼까 고민하다가 TV에서 김영하 작가가 소설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영상을 찾았다. 명쾌하면서도 공감이 가는 말솜씨가 돋보였다.
'인간은 왜 소설을 읽을까' 주제부터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적당했고 작가답게 소설을 읽는 이유를 아이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쉽게 말해서 관련 영상을 보며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다 보니 진지하게 수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많았다.
작가는 소설을 읽다 보면 잘 몰랐던 자기의 감정을 이해하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문득'이라는 말을 썼는데 유독 내 귀에 크게 들려왔다. '문득'의 사전적 의미는 생각이 갑자기 떠오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사실 문득은 '갑자기'라기보다 무의식 중에 계속 내재되어 있다가 어떤 계기로 인해 의식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퇴근 후 지금은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아주 오랜 인연인 강 선생에게 전화가 왔다.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더니 퇴근길에 '문득' 내가 떠올랐단다. 참 우연의 일치치고는 기가 막히다. 내킨 김에 한참을 '문득'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강 선생은 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도 내가 문득 떠올라 전화하려다 놓쳤는데 오늘 또 생각나서 전화했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문득'에 동의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을 나누며 한참 수다를 떨었다. 뜨거운 열기에 뺨이 얼얼할 때쯤 강 선생이 얼굴 보면서 할 얘기는 따로 있으니 방학 때 제주 가서 보따리를 풀겠다고 한다. 그러자고 했다. 아마도 늘 그랬듯이 그날은 또 옆 테이블 손님이 여러 차례 바뀌고 눈치가 살짝 보이는 우리는 슬쩍 차 한 잔을 추가 주문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