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心思

by 풍경

깊은 밤 홀로 깨어

무슨 생각에 날을 샜을까


오늘은 또 어떤 일이

네 심사心思를 불편하게 하여

뒤틀린 감정 속을 헤매 돌았을까

너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내 가슴 타고 올라올 때마다

먹먹한 슬픔이 하얗게 피어난다

애써 달래 보려는

나의 둔탁한 목소리는

네 가슴 끝에서 튕겨나가

허공 속에 산산이 흩어지니

뒤늦게

어둠이 드리워진

네 뒷모습을 다급히 좇는다

또 쓸데없이

차가운 입김으로

공허한 단어들을 남발하며

네 가슴을 더 얼어붙게 했구나

우리는

언제쯤 정박자로 만나

너의 깊은 우물 안 슬픔을

두레박으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답답한 심사가

정적靜寂한 방 안을 떠돌며

긴 여운餘韻을 남기니

이제야 네 마음을 알겠다

/


늦은 밤 걸려온 한 통의 전화. 한 마디라도 더 하면 도움이 될 것 같은 섣부른 욕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척하는 단어들을 남발하고 나서야 군더더기였음을, 그제야 눈치채는 이 아둔함이란... 나의 그런 밤을 떠올렸다. 예전 어느 깊은 밤, 잠 못 들어 뒤척일 때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었다. 그리고 정말 올바른 말만 들었다. 전화를 끊고 후회했다. '괜한 짓을 했구나.'

말에도 감정선이 있다. 보이지 않는 감정의 흐름이 있다. 말 그릇에 적당한 양의 목소리와 감정을 담아 잘 조주하지 않으면 그 말은 너무 달아 뱉어버리기도 하고 너무 써서 삼켜버리기도 한다. 어쭙잖은 위로보다 긴 여운을 담은 침묵이 때로는 혀끝을 타고 입안을 맴돌며 깊은 맛을 전할 때가 있다.

# 심사心思 / 2021. 8. 2. punggy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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