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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 말을 하고 산다. 말하는 기쁨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말이 충분하지 못할 때, 할 수 없는 말을 가지게 되었을 때 사람은 글을 쓴다. 글로 - 할 수 없는 말, 하지 못한 말, 마저 못한 말을 한다. 쓰기는 어쩌면 선택이다. 쓰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사람들, 쓰지 않으면 안 되는 순간, 쓰기를 선택한다. 내게 쓰기는 그런 것이다.
2. 글이 막 쓰고 싶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 참아 본다. 무슨 마음인지 모른 채 꾹 눌러 놓는다. 마음속이 헝클어진 책장 같다. 그러다 어느 순간 한 권 한 권 세워 정리하는 마음으로 한 문장 한 문장 꺼내 잇는다. 가지런히 놓인 문장을 본다. 말끔하다. 속이 후련하다. 내게 글쓰기는 그런 것이다.